30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주일 사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해 △나빌 카우크 △이브라힘 아킬 △아흐메드 웨흐베 △알리 카라키 △무함마드 수루르 △이브라힘 코베이시 등 수뇌부 7명이 숨졌다.
AP 설명에 따르면 이중 나빌 카우크는 나스랄라의 잠재적 후계자로 여겨진 인물. 이브라힘 아킬, 아마드 웨흐베는 헤즈볼라 특수부대 라드완 사령관 출신이다. 무함마드 수루르는 헤즈볼라 드론 부대를, 이브라힘 코베이시는 미사일 부대를 이끌었다. 알리 카라키는 헤즈볼라 남부 전선을 지휘했다는 것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이스라엘이 불과 일주일 만에 헤즈볼라 수뇌부 7명을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이어온 첩보전 덕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나스랄라 암살을 세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단순 테러집단이 아닌 군대로 간주하고 조직 구조, 레바논 내 정치적 입지, 대외관계 등을 면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침공을 막아냈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방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바네사 뉴비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 글로벌문제연구소 조교수 등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은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이스라엘 사이에 설정된 군사 완충 지대에서 활봘히 활동했고 이스라엘은 이들을 꾸준히 감시했다.
헤즈볼라 약점이 노출된 결정적 계기는 나스랄라가 2011년 시리아 내전 개입을 결정한 것. 당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권 시위를 무력 진압했다. 여기서 생긴 반감이 민족 문제와 겹쳐 내전으로 이어졌다. 아사드 정권은 소수 종파인 시아파 분파 알라위파로, 40년 넘게 다수파인 수니파를 억압했다.
헤즈볼라 지휘 체계는 이때 이스라엘에 노출됐다고 한다.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헤즈볼라 간부들이 아사드 정권과 소통하기 위해 양지로 나서야 했기 때문. 조직 몸집이 불어나면서 체계도 흐트러졌다. 예지드 사예그 카네디 재단 중동 센터 연구원은 FT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이때 규율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조직을 키웠다"며 "자만심에 빠져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정찰위성과 드론, 도청, 해킹 등을 통해 헤즈볼라 정보를 전방위 수집했다. 첩보부대 9900부대가 이 정보를 종합해 헤즈볼라 무장대원을 식별, 감시했다. 레바논 CCTV 영상은 물론 스마트TV 리모콘에 잡힌 목소리까지 해킹해 무장대원으로 분류된 대상의 일상생활 패턴과 실시간 위치, 배우자 휴대전화 번호 등을 파악하고 감시한다. 나스랄라도 이런 식으로 감시하다 사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비 조교수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헤즈볼라의 강점은 민간인 사이에 숨어드는 능력"이라며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전을 개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헤즈볼라는 게릴라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1982년부터 2006년까지 레바논을 공격해 헤즈볼라 소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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