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79만원' 그마저도 뚝…공사판 채운 외노자, 후폭풍이 두렵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 2024.10.01 07:00

[MT리포트]아파트공화국, Made by '왕서방'③

편집자주 | 철근이 빠진 아파트, 큰비가 내리면 워터파크로 변하는 아파트.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이 잇단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에 젊은 기술자들이 건설 현장을 떠난다. 그 자리는 일도 말도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 8월 20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검단신도시 AA13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른 검단신도시 AA13입주예정자협의회 입장 발표 및 한국토지주택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영
한국 청년이 빠지고 외국인과 고령자로 채워진 건설 현장은 안전사고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말이 안 통하고 일이 서툰 근로자들이 모여서 일하는 건설 현장은 안전사고뿐 아니라 품질저하·부실 시공의 우려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공능력 20위권에 속한 15개 건설사의 하자판정 비율은 30.34%로 집계됐다. 4819건의 하자가 접수됐는데 이 중 1462건이 실제 하자로 판정받은 것이다. 계룡건설의 경우 하자판정비율이 67.8%에 달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대형건설사들의 크고 작은 부실시공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2021년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부터 GS건설에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안겨준 철근 누락 사고까지 끊이지 않았다. 롯데건설의 한 신축아파트에서는 철근이 아파트 외벽을 뚫고 나오는 일도, 대우건설이 지은 한 아파트는 폭우로 단지가 잠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하자투성이 신축 아파트의 입주 점검 후기가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는 외국인·고령 근로자의 증가가 이 같은 부실시공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건설 현장은 배근도 이해나 도면검토 등 섬세한 작업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외국인과 고령 근로자는 비숙련자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의사소통 자체에 한계가 있어 정밀한 작업 지시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과 고령 근로자의 증가는 부실시공뿐 아니라 현장 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지난 6월 기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사망자 중 건설업의 비중은 41.6%(166명)로 가장 높았다. 사고재해자 수도 건설업이 1만2102명으로 모든 산업군 중 가장 많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DL이앤씨·롯데건설·현대건설·대우건설·한화 건설 부문은 고용노동부의 현장 감독을 받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단순노동을 하는 비율이 높을뿐더러 언어 장벽으로 인해 현장 안전에 대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 노동자는 기민함이 떨어지고 기존에 질병을 앓던 이들도 많아 기후환경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 현장이 '저임금 고위험' 노동 환경이라는 인식이 깨지지 않는 한 한국 청년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건설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3592만원으로 2년 전보다 87만원가량 줄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중은 24.5%에서 29.5%로 늘었다. 반면 건설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은 현장 위험성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노동 환경이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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