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을 모셔놓고 현판을 한문으로 한 것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한글로 바꾸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제안했지만 크게 진전이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원형복원과 보존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한글의 중요성도 예전보다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광화문 한문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을 보면 한글현판으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광화문 '한글현판'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했다.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한글주간 브리핑에서 관련 언론 질의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국가유산청 위원들은 원형 복원의 중요성과 예산 낭비를 얘기하는데, 시대가 바뀌었고 한글 중요성도 커졌으니 열린 사고를 가져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 장관은 정부가 '세종대왕 나신 날'인 5월 15일을 공식 기념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내년부터 '세종대왕 나신 날'에 세종문화상을 시상하고 한글문화 확산에 더 힘쓰겠단 계획도 밝혔다.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10대 실천과제'는 아름다운 우리말 일상 환경 구축, 언론·방송 보도 용어 개선, 온라인 국민 참여형 행사(캠페인) 추진, 청소년 국어능력 제고,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 등 5대 분야에 대한 과제로 구성됐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고 우리말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선정됐다.
외래어와 애칭으로 점점 길어지고 인식이 어려워지는 아파트 이름이나 영어·일어·불어 등으로 표기돼 알아보기 힘든 음식점 메뉴판 등에 대한 개선도 도모한다.
방송사와 기자협회 등과 협업해 언론과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공공성을 높이는 과제도 추진한다. 한글날을 맞아 KBS와 외국어 없는 우리말 뉴스를 진행한다. 한글날 KBS '뉴스9'에서는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해 뉴스를 진행하고, 우리말 사용 실태에 대한 기획 기사를 보도할 예정이다. 쉬운 우리말을 살려 쓴 기자를 격려할 수 있도록 '우리말 기자상'도 후원한다.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는 현직 기자들을 추천받고, 12월에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네이버, 네이버문화재단, 해피빈과는 우리말 사용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숨은 우리말, 다듬은 우리말'을 소개하고, 국민이 '간직하고 싶은 우리말'을 제안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그림말(이모티콘)도 배포한다. 문체부는 '한글주간' 사전 홍보 행사로 지난 8월 30일까지 한글 이야기를 담은 그림말을 공모하고 우수작을 선정했다.
'심심한 조의', '사흘' 등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문해력 등과 관련해 미래세대의 국어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추진한다. 청소년의 올바른 언어 습관과 언어문화 형성을 위해 8월부터 연말까지 KBS 현직 아나운서들이 전국 100여 곳의 초등·중학교에서 바른 우리말 교육을 진행한다. 경기과천교육도서관에서는 '문학 더하기 문해력' 교실도 연다.
공공기관의 정책명에 대해서도 우리말을 잘 살려 쓴 정책명, 경관명 등을 추천하는 대국민 공모를 진행하고 우수작에는 한글학회의 '우리말 보람' 인증을 수여하기로 했다. 국민의 생명, 안전 등과 연관되는 공공용어 중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로 되어있는 용어를 제보받아 개선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기관과 협력해 '언어문화 개선 10대 실천과제'를 추진하면서 우리 생활 속 많은 분야에서 쉽게 놓치고 있는 우리 말과 글의 바른 사용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언어문화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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