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스크린 올라가자 탁 트인 그린 "와!"…세계 첫 시티골프장 가보니[르포]

머니투데이 톈진(중국)=우경희 특파원 | 2024.10.01 07:00

골프존 中시티골프, 스크린골프+쇼트게임 18개홀…
압도적 사이즈와 예상 못한 재미 색다른 경험…
제한적 수요 속 대중화·글로벌화는 숙제

골프존 톈진 시티골프장 1번홀에서 바라본 전체 골프장 전경. 스크린골프 기계와 뒤로 이어진 쇼트게임존이 보인다. 축구장 3개 넓이 공간에 18개 홀이 이어져 배치돼 있었다./사진=우경희 기자
네 명의 플레이어가 '온그린' 하거나 그린 주변에 도달하자 '쇼트게임 구역 진입 성공' 안내와 함께 스크린골프 백스크린이 돌돌 말려 올라갔다. 각자 볼과 채를 챙겨들고 '필드'로 나갔다. 오밀조밀 구성된 인조잔디 그린과 벙커 등에 레이저로 네 가지 색상의 볼마크가 찍혔다. 볼을 올려놓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비치된 태블릿에 쇼트게임 타수를 입력한 후 다음홀로 향했다. 18홀 각기 다른 실제 그린을 가진 골프존 시티골프장. 재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크린골프는 한국에선 실물 골프보다 더 대중적인 문화가 됐다. 이 스크린골프와 실제 골프장의 요소를 부분 결합한 개념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현장이 골프존 중국 톈진(천진) 시티골프 1호점이다. 18홀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축구장 3개 넓이(1만6500㎡) 시티골프는 높은 층고로 넓고 탁 트인 느낌을 줬다. 타이거우즈가 미국에서 출범시킨다는 TGL(Tech-infused Team Golf League)도 비슷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골프존이 선수쳤다. 물론 TGL에 비해 훨씬 간단하게 구현하긴 했지만.



친숙한 스크린골프에 쇼트게임 공간 더했더니


골프존이 그리고 있는 시티골프의 개념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반적인 스크린골프장은 아닌 듯 했다. 하나의 새로운 필드를 구상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일단 규모부터 크다. 킨텍스 전시장 한 개는 족히 되는 면적에 18홀을 빈틈없이 배치했다. 매 홀이 스크린골프기 한 개와 인조잔디 그린, 그린 주변 시설, 실제 모래가 깔린 벙커, 드라이아이스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해저드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취재진이 찾은 날엔 홀 간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심어둔 조화들을 청소인력들이 열심히 닦고 있었다.

여러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와는 달리 코스도 한 코스만 선택이 가능하다. 그린이 고정돼 있으니 당연하다. 티높이 등 각종 설정부턴 스크린 시스템이다. '롱게임'(티샷과 이후 그린까지 이어지는 샷) 영역에선 기존 스크린골프와 다를 것이 없다. 네 명의 멤버가 모두 그린 주변에 도착한 후에 본격적인 차별점이 확인됐다. 스크린이 돌돌말려 올라갔다. 인조잔디 그린과 함께 탁 트인 전경이 나타났다. 분명 색달랐다. 이미 이동하며 봤던 것들인데도, 스크린 뒤에서 나타나자 "와" 탄성이 나왔다.


그린으로 가면 위에 매달린 레이저포인터들이 각자 플레이어에 부여된 색상과 아이콘으로 롱게임 마지막 볼의 위치를 찍어준다. 그곳에 볼 마커를 놓거나 볼을 올려놓고 룰에 따라 플레이하면 된다. 짧게 자른 인조잔디다. 그린스피드는 상당히 빨랐고, 일정 비율로 축소 설계했을 그린 굴곡은 가팔랐다. 퍼팅 난이도가 실제 필드에 비해 훨씬 높다는 평가가 납득됐다. 현장 관계자는 "최근 개최한 대회에서 김하늘 선수도 높은 난이도를 호소하며 12오버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린플레이를 마치고 출구에 비치된 태블릿에 쇼트게임 타수를 입력했다. 다음 홀 기기로 데이터가 자동 연결된다. 카트를 끌고 이동해 플레이를 이어간다. 볼이 올라오는 스크린골프와 달리 모든 장비는 개인 준비가 원칙이다. 비치된 골프채도 별도로 예약해야 사용 가능하며, 장갑이나 신발 대여는 없다. 전동카트 대신 각자 손으로 끄는 수동카트가 준비돼 있다. 골프백을 싣고 매 홀을 이동하며 플레이한다. 스크린골프가 아니라 골프장 라운딩의 연장선인 설정들이다. 물론 대중화 과정에서 달라질 여지는 있겠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놀랐지만...'우주 볼펜' 같은 시티골프



사실 기대가 크진 않았다. 스크린골프가 무엇이던가. 스윙한다는 사실만 같을 뿐 실제 골프와는 상당히 다른 종목이 아닌가. 그래서 스크린골프는 문턱이 낮다. 친목을 도모하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도, 골프연습장으로도 유용하다. 때론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먹으며 반주도 곁들일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런데 그런 스크린골프에 실제 필드 요소를 더했다면? 실제 필드의 재미가 완성도의 기준이 된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요소들을 얼마나 잘 구현했는지를 고객들이 깐깐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한 번 라운드하는 주말 골퍼이자 간혹 지인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기자 입장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스크린골프 특유의 '골방 냄새'나 답답함은 당연히 없었고, 스크린이 열리며 그린이 '짠' 나타나자 신기함 속에 상쾌함마저 느껴졌다. 그린플레이는 난이도 면에서 쉽지 않았지만 오락적 측면에선 문제가 없었고, 외려 연습 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효과도 예상보다 컸다. 홀 간 이동과 쇼트게임을 위해 오가는 정도였는데 18홀 기준 너끈히 7000보 이상을 걸었다.

골프존은 시티골프를 연내 베이징(북경)과 선양(심양), 다롄(대련), 광저우(광주), 상하이(상해) 등 5개 도시에도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녹색아편'이라고 낙인찍으며 중국은 골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신규 골프장은 제로다. 반면 시티골프는 신규 개장 제한이 아직 없다. 골프존이 블루오션을 기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티골프가 상업적으로 실제 골프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면 곧바로 '是(싀·YES)·否(부·NO)'를 답하긴 어려워 보인다. 시티골프장 이용 가격은 9홀 기준 평일 248위안(약 4만6000원), 주말 300위안(약 5만6000원)이다. 비싸다고 보긴 어려운 가격이지만 18홀을 한번에 도는 등 제대로 이용하려면 10만위안(약 1866만원)인 10년 유효 회원권을 구입해야 한다. 부킹도 회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국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분명 진입장벽이 있다.

너무 덥거나 추워도 이용할 수 있다는건 분명 장점이지만, 혹서·혹한기만을 성수기로 기대하며 만들기엔 총 4000만위안(약 74억원), 홀당 조성비용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의 투자비가 만만찮다. 또 씨티골프는 분명 자연 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실제 골프와는 전혀 다르다. 스크린골프 회원권에 1900만원을 쓸 능력이 있는 골프애호가라면 실제 필드 회원권도 갖고있거나, 언제든 골프백을 챙겨 해외로 나갈 수 있다. 수준이 있는 비즈니스 접대에 활용하기에도 고급스러움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시티골프는 '우주정거장 볼펜'을 떠올리게 했다. 우주 볼펜은 중력이 없어도 쓸 수 있도록 특수잉크와 질소충전 기술로 제작한다는데, 당장 사용하기엔 연필이 싸다. 그럼에도 이 볼펜을 만들지 않았다면 여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은 아예 존재조차 할 수 없었을 거다. 실제 골프장을 바로 대체할 순 없겠지만 시티골프도 시도 자체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주 시티골프 현장을 찾아 꼼꼼하게 훑고 간 게 사례다. 사막골프장의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타이거우즈·맥길로이의 TGL, 골프존에 기회 될까


타이거우즈 등이 추진 중인 TGL의 개념도. 시티골프에 비해 관람적 요소가 강하다./사진=TGL
스크린골프와 실제골프의 결합 시도라는 점에서 미국에서 추진 중인 TGL은 시티골프와 여러모로 비견된다. TGL은 타이거우즈가 사재를 털어 투자, 로리맥길로이 등 유명 골퍼들이 의기투합해 출범 준비중인 골프리그다. 각기 다른 18개의 그린을 보유한 시티골프와는 달리 TGL은 초대형 스크린 한 개를 중앙에 두고 벙커 3곳, 로봇그린 3곳을 둘러친 형태다. 이 그린들은 각각 200여개의 변형패널로 구성돼 홀 마다 자동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그린으로 변형된다. 경기장엔 2000여석의 관람석까지 조성 중이다.

TGL에 비하면 시티골프는, 산업 측면에선 의미있는 시도라 하겠으나 기술 측면에선 사실 특별할 게 없다. 이미 나와있는 스크린골프 기계에 골프연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트게임연습장을 붙인 정도여서다. 레이저포인팅도 이미 대중화한 기술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티골프의 기술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자동 변형 지면은 이미 골프존도 스윙플레이트(스윙할 때 올라서는 발판) 등을 통해 확보한 기술이다. 그린에 적용해야 한다면 적용할 수 있겠으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사업적 판단이 필요하다.

시티골프는 오히려 기술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공간만 확보하면 18홀 전체를 조성하는 데 석 달, 기존에 만들어진 그린을 교체하는 데는 한 달이면 된다. 유지보수 비용과 필요 노동력도 적다. 축적된 스크린골프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성이 높다. 타이거우즈의 TGL은 당초 올해 출범하려 했지만 지난 연말 갑작스럽게 발생한 경기장 붕괴로 출범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공식적인 이유는 붕괴지만, 시스템 안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이 계속 나온다.

접근성과 사업호환성 면에서는 시티골프가, 쇼비즈니스적 측면에서는 TGL이 수요층에 보다 직접적으로 소구할 전망이다. 골프존은 TGL이 정상 출범할 경우 시티골프에도 긍정적 효과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골프존 관계자는 "TGL을 보며 '저런 시설에서 플레이하고싶다'는 생각을 할 고객들 근처에 시티골프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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