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노믹스' 여는 일본 "디플레 탈출 우선, 통화 완화 유지"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정혜인 기자 | 2024.09.29 17:10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음 달 일본 102대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가 당선 직후 통화 완화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인상 속도에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시바는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여전히 '0'(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바는 이날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에서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련 질문을 받고 "물가 안정을 달성해야 하는 권한을 지닌 일본은행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 입장에서 볼 때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조기에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저소득 가계를 돕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시바는 그동안 일본은행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지지하고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 때문에 27일 이시바 총재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엔/달러 환율이 급락해 엔고(엔화가치 강세)로 전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시바 신임 총재는 엔저에 따른 물가상승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한 일본은행의 금융통화정책 정상화 노선을 지지할 것"이라며 "이런 전망은 (주식 정규 장 마감 후) 엔화 매수를 부추기고, 선물 지수를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달 말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시바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 최우선"이라며 금리인상보다는 경제 회복에 방점을 뒀다.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도 "디플레이션 탈피를 확실히 해야한다. 물가 상승을 상회하는 임금 상승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바노믹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추진한 기시다 정권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성장 전략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웠다. 2030년대 중반까지 전국 평균 시급 1500엔(약 1만4000원)을 제시했던 기시다 정권의 목표를 앞당겨 2020년대를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유층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법인세 증세 등 세금 체계를 재검토해 빈부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또 지방 경제와 1차 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교부금을 늘리는 등 지방 활성화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외교 문제에서는 안보력 강화를 강조한다. 이시바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일본 영공 침범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일본을 지킨다는 것을 제대로 확립하겠다"며 미일 동맹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주요 안보 정책으로 제시한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에 대해선 "외무성이나 방위성과 잘 확인하면서 구체화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 관련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과거 공개 발언을 통해 태평양 전쟁을 일본의 '침략 전쟁'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 납득할 때까지 일본이 사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일 역사문제 등에서 온건파로 평가받아온 만큼 한·일 관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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