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운명의 한주' …금융당국 경고에도 여론적 격화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방윤영 기자 | 2024.09.29 17:27
고려아연 지분구조/그래픽=김현정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종료 시점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MBK·영풍과 고려아연 측 간 여론전도 격화되자 일종의 구두개입을 한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7일 부원장회의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경쟁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특히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과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은 29일 모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경쟁과열의 책임이 상대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중국 등에 국가 기간산업과 기술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 체제 이후 고려아연이 방만한 경영을 해왔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고려아연 측은 MBK·영풍을 겨냥해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또 다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들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기업 실적이나 가치,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호도하는 근거 없는 루머성·풍문성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MBK·영풍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중국계 펀드라고,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고, 중국에 기술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마구 이뤄졌다"며 "이러한 근거없는 루머 등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주가 추이/그래픽=최헌정
금감원의 경고에도 양측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자 금감원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여론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MBK·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다음달 4일 마감된다. MBK·영풍은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지분 7~14.6%를 획득해 반드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전도 그칠 기미가 없다. 양사는 주말 사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두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WSJ가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열되는 17억 달러 규모의 인수전'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고려아연은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고, MBK·영풍은 "기사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비정상적인 홍보 형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맞섰다.

지난 27일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훼손된 이사회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며 "최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 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또 고려아연의 대항 매수 가능성에 대해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다른) 사람이 있을지 그게 난관일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저들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출 수 있게 됐다"며 "약탈적 M&A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
  2. 2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3. 3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4. 4 [단독]베트남 고속도로 200억 물린 롯데·포스코, 보상금 100억 물어줄 판…2심도 패소
  5. 5 "5000원짜리 커피는 사치" 카페 발길 끊자…'2조 시장' 불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