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아도 똑 닮은 남지현과 한유리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09.29 10:30

'굿파트너' 싱크로율 높은 이혼변호사 역할로 인기몰이

/사진=매니지먼트 숲


'굿파트너'를 연출한 김가람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한유리가 가진 건강함, 성실함, 정직함은 그냥 남지현 그 자체였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작품을 본 시청자들 역시 김가람 감독의 말을 곧바로 수긍했다. 정작 본인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의식하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아도 똑 닮았던 남지현의 한유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 20일 종영한 SBS '굿파트너'(연출 김가람, 극본 최유냐)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극 중 한유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은 대정로펌 이혼1팀에 신입으로 들어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송이 모두 끝난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놀랐다"는 소감과 함께 '굿파트너'와 한유리, 그리고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에 닿아 있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한 번쯤 주변에서 겪어볼 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평소에 그런 생각은 잘하는 편은 아닌데 '굿파트너' 만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예상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놀랐어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당초 기업팀을 희망했던 한유리는 원하던 부서가 아닌 이혼팀에 배치된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현실과 이상의 차이로 고민하기도 하지만 점차 성장하며 훌륭한 이혼 변호사로 거듭난다. 남지현은 밝고 성실하고 정직한 한유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인터뷰에 나선 남지현은 극 중 한유리가 튀어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남지현은 "유리와 제가 똑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싱크로율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리와 제가 똑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 강렬하게 유리의 이미지가 박혀있다 보니 가깝고 친숙하게 연기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감독님께도 제가 어떤 부분이 유리와 닮았는지 여쭤봤는데 '그냥'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왔어요. 사실 저는 몇 년 전부터 캐릭터와 저의 싱크로율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연결이 잘 안되더라고요. 유리는 저보다 감정적인 공감이나 정서적인 지지에서는 더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사회생활의 부분에서는 제가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반면, 한유리의 상사 차은경은 어딘지 모르게 까칠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한유리를 연기한 장나라는 '초반에는 한유리를 '킹받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극 중 한유리는 차은경의 방식에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캐릭터를 연기한 남지현은 오히려 차은경에게 공감했다고 털어놧다.


"저는 유리를 연기했지만 은경에게 공감했어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은경이 말이 맞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전혀 상처를 받지 않았는데 오히려 (장나라) 선배님이 컷 사인이 나면 미안해하시더라고요. 감독님도 '차은경 차갑다'고 말씀하시는데 저 혼자 '맞는 것 같은데?'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다른 듯 비슷한 차은경과 한유리의 케미는 신선한 워맨스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다. 두 캐릭터를 연기한 남지현과 장나라의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연말 시상식에서 최초의 '女女 베스트 커플' 수상자로 지지하고 나설 정도다. 남지현 역시 장나라를 "느티나무 같은 사람"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장나라 선배님은 느티나무 같으세요. 든든하고 편안함, 아늑함을 주시거든요. 정말 많이 의지하고 재미있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몇 년간 이야기가 독특하고 센 상르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생활적인 이야기가 많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서 힐링을 받은 것도 있고, 잠깐 대기하는 시간에 선배님과 수다를 많이 떨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차은경과 든든한 워맨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유리는 동기 변호사로 등장하는 전은호(표지훈)와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최종화에서 두 사람은 결국 사귀게 된다. 다만, 두 사람이 사귀기도 전에 원나잇을 하는 장면 등은 크게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남지현은 이러한 반응에 대해 "예상은 못 했다"면서도 결방으로 인한 공백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이 반지를 나눠 끼는데 언뜻 보면 프러포즈 반지처럼 보이지만 그냥 커플링일 수도 있잖아요. 단지 유리가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아요. (원나잇 장면에 대한 반응은) 예상 못 했어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 사건이 일어난 뒤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바로 결방에 들어갔어요. 그 생각과 분노가 깊어질 시간을 드려버린 것 같아요. 끝까지 잘 보시면서 납득이 되셨기를 바랄 따름이에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남지현의 말대로 '굿파트너'는 2024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3주 동안이나 결방해야 했다. 그러나 '굿파트너'는 결방 전 올해 SBS 금토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17.7%를 기록했고 방송이 재개된 이후에도 꾸준히 비슷한 시청률을 유지했다. 이를 갈아 치우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주변 다양한 인물들에게 반응을 물어봤다는 남지현은 자신이 보고 들은 다양한 주변 반응에 대해 소개했다.


"작품을 선택하고 공개되기 전까지 연령대, 처한 상황에 따라 감상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굿파트너' 전까지는 성별이나 나이 같은 것에 관계없이 비슷한 감상을 얻을 만한 작품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의외로 가족끼리 앉아서 봐도 할 말이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연륜이 올라갈수록 결혼과 이혼에 맞닿아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개인사에 접목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렇다면 작품을 통해 남지현이 가진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도 변화했을까. 아직 결혼이나 이혼을 생각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남지현은 "좋은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봤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가 아직 결혼이나 이혼이 친숙하기에는 어린 나이에요. 지인이나 친구 중에도 많이 없고요. 단지 '굿파트너'를 통해 진정한 상대방, 좋은 파트너란 무엇일까에 대해 상각해 봤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을 개인으로서 존중하는 게 쉽지 않지만 중요한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결혼이나 이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한 적도 없더라고요. 그냥 평범한 시선으로 봤던 것 같아요. 이혼은 무조건 헤어진다고만 생각하고 이혼 변호사는 무조건 갈라지게 만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분명 중요한 과정이고 이 과정을 잘 마무리해 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만으로 맞고 틀리다는 걸 이야기할 수 없고 그냥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4년의 '굿파트너'를 비롯해 '하이쿠키', '작은아씨들' 등 최근 남지현이 선택한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지현은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부담감은 덜하다"면서도 앞으로도 이러한 흥행 신화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을 전했다.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게 영광이지만 부담감은 덜해요. 제가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혼자 만들 수도 없고 만들고 싶다고 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지킬 수 있게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도 기본적으로는 대본을 러프하게 봤을 때 재미있다고 느껴지면 그 다음에 '왜 이 작품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재미있는데 대중 분들도 재미있어 하실까도 생각하죠. 또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고 회사와도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의견을 주실 때가 많아요."


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남지현은 어느새 데뷔 20년을 맞이했다. 분명 짧지 않은 기간이다. 남지현은 "이건 보통 복 받은 일이 아니"라며 앞으로도 더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남지현의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런 마음가짐과 열정이라면 다음 작품도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오랜만에 SBS에 컴백했어요. SBS에서 제 인터뷰와 SBS에서의 필모그래피를 붙인 콘텐츠를 만들어주셨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새삼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지켜봐 주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보통 복 받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뿌듯함도 느꼈어요. 앞으로도 더 여러 가지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20년이지만 더 나중에 싹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즐거운 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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