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부분 많아"...노상현의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경호 기자 ize 기자 | 2024.09.28 10:00
배우 노상현./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공감할 부분 많다...좋게 봐주셨으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단순명료한 답을 내렸지만, 사회의 여러 시선에 따라 수많은 감정이 오가는 것 같다. 성소수자 역할을 자신의 색깔로 그려낸 배우. 노상현이다.


노상현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에서 주인공 흥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오는 10월 1일 개봉.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노상현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흥수 역을 맡아 편견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김고은과 절친으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동성애 스킨십을 소화하는 한편, "나 게이야"라고 고백하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그려낸 노상현이다.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하고 '나답게'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흥수처럼 자신의 색깔을 앞세워 '나답게' 성소수자 캐릭터를 창조해낸 노상현을 아이즈(IZE)가 만났다.


배우 노상현./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 영화제 등에서 공개된 '대도시의 사랑법'을 직접 본 소감은 어떤가.


▶ 저는 기술 시사 때 완성본을 처음 봤다. 그 다음에 토론토 국제영화제(49회)에서 상영 때 봤다. 처음 봤을 때는 후반 작업이 어떻게 됐는지 몰랐는데, 편집도 그렇고, 음악이 정말 좋았다. 제가 한 거보다 훨씬 풍성하게 완성이 된 거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실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조금의 걱정, 우려되는 게 있긴 했다. 하지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관객들께서 많이 호응해 주셨다. 안도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흥수 역할이 쉽지 않았다. 동성애 캐릭터, 이와 함께 그려진 스킨십까지. 이에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했던 지점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없었는가.


▶ 생각을 안 했던 거는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하지만 저는 크게 문제 될 거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선(동성애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때문에 안 하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고,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다. 스토리라인도 재미있었다. 소재도 설정 자체가 신선했다. 그렇기 때문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데, 그런 거(동성애에 대한 주위의 편견) 때문에 망설인다면 (배우로서)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제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배우 노상현./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흥수 캐릭터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었는가.


▶ 이 친구의 서사가 매력적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갖고 있던 아픔이나 이해받지 못하는, 억눌린 감정이 많았을 거로 생각한다. 고립감, 수치스러움, 억울함 등 다양하고 응축된 감정이 있다. 엄마도 이해해 주지 못한 흥수다. 그런 상황을 유일한 친구 재희가 어루만져 주고, 이해해 준다. 그리고 둘의 관계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흥수는 성장한다. 자신에게 떳떳해지고 솔직해진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그 메시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수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마음을 닫고 살기도 하고, 감정 표현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연 재희와 있을 때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줬다.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흥수의 다양한 감정 조절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가.


▶ 복잡 미묘한 거 같다.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했던 상황이 많았다. (웃기고, 슬픈) 그런 감정이 많은 것 같다. 저는 (감정을) 조절한다기보다, 이 친구가 느꼈을 법한 것에 대해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하려고 했다. 감성대로 툭툭 대사를 하려고 했다.


-흥수의 감정으로 배우가 느끼는 의미 있는 장면이 있는가. 있다면, 이유도 궁금하다.


▶ (장면을 보고) 느끼시는 분들에 따라서, (의미는) 다를 거 같다. 흥수에게 처음으로 가장 중요했다는 순간은 (초반) 클럽에서 놀고 난 다음에 재희와 소주 한잔 할 때다. 재희가 흥수에게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그게 흥수가 재희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흥수가 그전까지 억눌려 있던 감정이 위로받는,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 장면이다. (흥수가) 마음을 확 열게 되는 계기라고 생각해서 의미 있는 장면이다.



배우 노상현./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 중 캐릭터를 위해 직접 성소수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직접 만난 후, 흥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는가.


▶ 더욱더 몰입이 된 것 같다. 감정이나 스토리에 훨씬 더 진심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문제다. 훨씬 더 진지해진 것 같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공감하는가.


▶ 가장 크게 와닿았던 주제는 정체성인 것 같다. 흥수, 재희라는 인물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이 성장하는 스토리 자체가 의미 있었다. 그게 가장 와닿았다. 우리가 모두 하는 생각이고, 자신한테 던지는 질문이다. 그게 '내가 누구인지, 나답게 살고 있는지'다. 이거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살기 때문에 주제가 와닿지 않았나 싶다.


-흥수에게 재희는 의미 깊은 절친이었다. 노상현에게도 이런 절친이 있는가.


▶ 살아온 과정을 아는 친구가 있다. 시사회 때 와서 축하한다고 해줬다.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 그리고 앞서 '파친코'까지 맡은 캐릭터가 극단적인 부분이 있다. 이런 캐릭터를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 특색있고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직업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굉장히 도전해 보고 싶다. 두려움도 있지만 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는 롤이기도 하다. 이번 흥수라는 캐릭터도 부담된 것은 전혀 없었다. 배우니까.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게 차곡차곡 잘 쌓이면 넓은 스펙트럼이 되니까 도전하고 싶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번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김고은과 절친으로 합을 맞췄다. 그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가.


▶ 정말 정말 좋았다. 그거를 느끼게 된 순간이 있다. (극 중) 재희 집에서 촬영을 시작했을 때다. 첫 신이 라면 먹고, 서로 눈 맞춤하고 소주를 가지러 가는 신이다. 지문에 있던 게 아니었지만, 리허설하고 촬영하면서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게 '호흡이 잘 맞겠다'고 기대감을 주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후 촬영하면서 호흡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던 것 같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있을 작품이다. 정체성, 친구, 사회적 시선, 성장, 동성애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이런 가운데, '배우 노상현'은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평가를 받고 싶은가.


▶ 평가는 평가를 해주시는 분들께 맡기고 싶다. 저는 작품에 도전했다. 재미있게 잘 촬영했다. 저는 과정에 의미를 두려고 하는 편이다. 작품 자체가 좋고,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뭇 진지할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또 보시는 분(관객)들께서 공감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자유롭게 느껴주시고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는 참여했다는 거에 자부심이 있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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