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된 창고 노동자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4.09.29 06:00

편집자주 | 지식이 아무리 전문화, 분업화되더라도 세상 '전체'에 대한 물음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 애틀랜틱 8월 20일자 기사는 스티븐 웨스트(Stephen West)라는 철학 팟캐스트 운영자를 조명하는데, 그는 창고에서 매일 8시간 박스를 싸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이 박스 싸기가 단순 노동이어서 일하는 중 헤드폰을 끼고 오디오북을 듣기 좋다는 것입니다. 노동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마치 대화하듯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 이제 스포티파이에서는 200만 명 이상이 그의 말을 듣고, 유튜브에서는 15만 명이 구독자입니다. 그의 애플 팟캐스트는 미국내 철학 부문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이제 그는 육체노동을 그만 두고 전업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독일계 유태인으로 미국으로 망명 가 이른바 시카고대 정치철학파를 세운 레오 스트라우스는 어렸을 적 꿈이 우편 집배원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집배원이 시골 동네를 도보로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업무의 대부분이 걷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한가하게 걸으며 생각도 하고 틈 나면 책의 문구도 읽으면서 생계도 해결하고 싶었다는거죠. 분업과 전문화가 존재하고, '전체'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철학에 대한 요구는 늘 존재하게 됩니다. 여기서 철학은 또 하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철학하기'라고 해야겠군요. 인간은 앎에 대한 선천적 욕구를 타고 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첫 구절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은 본성상 앎을 좋아한다. 시각, 청각 등 다섯 개 감각으로 세상을 감지하는 것을 즐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즐거움은 시각의 즐거움이다. 시각은 세상의 다채로움을 가장 잘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렇게 앎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돈을 들여 해외관광을 합니다. 좋은 음식 먹고 좋은 호텔에서 쉬고 싶은 것도 있지만, 못봤던 세상을 보고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세상의 못봤던 것을 보고싶어 합니다. '철학하기'는 바로 분업과 전문화에 눈이 가려 평소 못 보던 세상을 비춰 보여줍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 스티븐 웨스트가 하고 있는 작업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주말에 플라톤의 '국가'(천병희 역 추천합니다)라도 한 권 사 찬찬히 읽으면서 세상에 대해 '철학하기'를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 /사진=로이터/뉴스1, Vatican Museum

11년 전, 스티븐 웨스트는 시애틀의 세이프웨이(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점) 창고에서 식료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는 24세였고,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후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부양했다.

때때로 노숙자 생활을 했던 그는 9세 때 가족과 떨어진 후 주로 웨스트코스트 지역의 합숙소와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자랐다. 그는 책에서 위안을 찾는 법을 배웠다.

그는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데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되뇌이곤 했다. "육체노동이죠. 하지만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일자리의 99.9%보다 낫죠."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그는 "서양 철학의 주요 저작 전체"를 섭렵했다.

창고에서 하루 종일 상자를 포장하는 일의 주목할 만한 장점은 헤드폰을 끼고 반복적이고 고독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듣다가 멈추고 생각하고 내가 들은 내용을 최대한 맥락화하려고 했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하루에 8시간 일했는데 그 중 7시간을 철학을 읽고 듣는 데 썼어요. 몇 시간은 그것을 해석하고 그냥 생각하는 데 썼죠. 일과의 마지막 한 시간은 팟캐스트를 들었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 자유롭고 손이 바쁠 때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웨스트는 2013년 자신의 팟캐스트인 '필로소파이즈 디스'를 시작했다. 그는 팟캐스트가 "진입 장벽이 없는 유일한 IT 매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냥 마이크를 켜고 말하기 시작했다."


몇 달 안에 그는 기부금으로 창고 노동을 그만두고 철학을 전업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벌게 되었다.

현재 그는 스포티파이에서 월 청취자 200만 명, 유튜브에서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로소파이즈 디스'는 애플의 철학 팟캐스트 부문에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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