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하강국면) 전망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15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보고서였다. 모건스탠리는 범용 D램 시장이 4분기 고점을 찍을 것이며,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내년 공급과잉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대폭 내려 잡았다.
업계는 "모건스탠리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HBM은 수주형 제품이라 공급과잉 우려가 크지 않고, 범용 D램은 오히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분석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나란히 하락세를 보이며 '반도체의 겨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분위기 반전은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서 시작됐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이 회사는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3% 증가한 77억5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라고 밝혔다. 업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아울러 내년 HBM 시장 규모를 올해(180억달러)보다 40% 넘게 성장한 250억달러 이상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한 보고서도 잇달아 나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6일 '과장된 우려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4년 HBM 시장 수요가 125억Gb(기가비트)로 12% 초과 수요, 2025년 수요는 231억Gb로 3% 수준의 초과 수요 지속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보고서에서 "내년 HBM 시장 규모가 마이크론이 제시한 하한선(250억달러)을 크게 상회하는 400억 달러 초반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다음 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내놓을 시장 전망에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잠정실적 발표 없이 다음 달 말에 3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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