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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 "개인의 잊힐 권리 인정" ━
이후 '잊힐 권리' 범위를 두고 업계와 유럽 정부 간의 이견이 이어지다 2014년 EU 최고 법원 유럽 사법재판소가 개인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처음 내리면서 개념이 확립됐다. 판결 이후 유럽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EU가 채택한 권리 기준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처리될 당시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경우 △개인이 데이터 사용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고 그에 반하는 정당한 근거가 없는 경우 △개인 데이터가 다이렉트 마케팅 목적으로 처리되고 개인이 이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 등이다.
다만 데이터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거나 조직의 공식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경우 △공중위생 목적으로 필요하며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경우에는 개인 데이터 삭제 요청이 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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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부작용 우려…명예훼손 등 이미 보장돼 한계━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한 토론회에서 "(잊힐 권리)는 법 권력을 소유한 집단에 유리하다. 이는 국가권력과 기업 권력, 정치인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와 달리 국내에서 '잊힐 권리'는 명확히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다. 굳이 법제화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이나 저작권·초상권·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차단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어서다.
특히 명예훼손은 링크뿐 아니라 원본까지 삭제할 수 있고 원본 제작자까지 처분토록 하는 강력한 무기로써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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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 수단 확대 중…"국가 차원 디지털성범죄 전담기구 마련돼야"━
2016년 6월부터 시행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본인의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게시판 관리자에게 접근 배제 조치나 게시 중지 요청을 할 수 있게 된 것.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게시물은 숨김 처리되거나 캐시가 삭제돼 검색에 노출되지 않게 된다.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 활동 삭제 서비스인 '지우개 서비스'도 시범 운영됐다. 아동·청소년 시기에 게시했지만, 지금은 삭제를 희망하는 게시물에 정부가 대신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시범사업 서비스다.
시범운영 결과 유튜브·틱톡 등에 올린 영상 게시물, 네이버 지식인·카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게시물 삭제 요청의 비중이 높았다. 올 1월부터는 해당 서비스의 신청 연령이 기존 '24세 이하'에서 '30세 미만'으로 확대됐고 삭제할 수 있는 게시물의 작성 시기도 기존 '18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완화됐다.
불법 촬영물, 성 착취물 피해자라면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한 삭제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해당 센터를 통한 피해 영상물 삭제분은 요청 건수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서버 기반 사업자이거나, 부가통신사업자로 미등록된 성인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상 의무 이행에 따른 행정 제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딥페이크 범죄 등이 무분별하게 확산한 만큼 '잊힐 권리'를 넘어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국가 차원 컨트롤 타워 성격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전담 기구'가 마련돼야 의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역할을 격상하고 성폭력 방지법에 '(가칭)디지털 성범죄방지 종합 지원센터'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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