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강한 신뢰를 쌓았다. 현재 HBM 시장 '주류'인 HBM3와 HBM3E 8단 제품을 모두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HBM3E 8단 제품보다 용량·속도를 개선한 12단 제품이 필요했고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선 SK하이닉스뿐이었다. SK하이닉스는 "높아지는 AI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12단 신제품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양산을 시작한 12단 제품은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블랙웰'에 12단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웰은 성능에 따라 △B100 △B200 △B200A △울트라 등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최고 사양인 '울트라'와 준프리미엄 모델 'B200A'에 12단 제품이 탑재될 전망이다. 내년 출시되는 두 블랙웰 제품에는 12단 제품이 각각 8개, 4개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출시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HBM 시장이 HBM3E 12단 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12단 제품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 7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상반기 중 HBM3E 12단 공급량이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시장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는 SK하이닉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이후엔 지금과 같은 독주를 장담하기 어렵다. 향후 HBM4, HBM4E 등 차세대 제품 개발·양산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내년 HBM4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HBM4E의 경우 SK하이닉스는 당초 계획보다 약 1년 앞당겨 2026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7년에 차량용 HBM4E를 내놓을 계획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