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하라법 신설, 부모의 상속권 상실 가능해졌다

머니투데이 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2024.09.27 06:00

편집자주 | [the L]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양소라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어린 자녀를 내팽개치고 떠났다가 자녀가 사망하자 나타난 부모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맞는지 한동안 사회적 담론이 이어져 왔다. 여러 논의 끝에 지난 9월20일 민법 제1004조의 2가 신설돼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도입됐다. 미성년자녀를 부양하지 않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상속을 막을 길이 열리게 됐다. 상속권 상실 제도는 지난 4월25일 이후 발생한 상속에 대해 적용된다.

신설된 상속권 상실제도는 모든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을 규정한 것은 아니다. 자녀의 사망으로 인해 부모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만 적용된다. 즉, 부모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것만 가능하다.

민법에서 규정한 부모의 상속권 상실 선고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모가 ①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②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며느리, 사위), 자녀의 자녀(손자녀)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다.

상속인이 될 부모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으면, 자녀는 생전에 미리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부모의 상속권을 상실하게 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자녀가 유언을 남기고 사망하면 유언의 집행자는 가정법원에 부모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상속권 상실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자녀의 공동상속인 또는 부모의 상속권 상실로 인해 자녀의 공동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가정법원에 부모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유언이 없는 경우의 상속권 상실 청구는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부모가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할 수 있다.

가정법원에 부모의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하더라도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속권 상실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선고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부모는 자녀의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한다. 즉, 자녀가 사망한 때부터 그 부모는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된다. 상속인이 아니게 되므로 유류분도 청구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상속권의 상실이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해치지 못하므로, 부모가 상속권 상실 선고 확정 전에 자녀의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면 매수인인 제3자의 소유권 취득을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그 전에 미리 보전처분을 통해 부모가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상속권 상실제도 신설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으로 인해 상속받는 부당한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에도 이 부분을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게 됐다. 즉, 유언자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부모가 생존해 있고 그 부모가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유언장에 그 부모에 대한 상속권 상실의 취지를 미리 기재해둘 필요가 있다.

[양소라 변호사는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37기로 수료하고, 2008년부터 법무법인(유)화우에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유)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상속 및 가사 관련 분쟁, 성년후견, 유언대용신탁 등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상속의 기술'을 출간하였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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