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향해 2006년 이래 최대 규모의 선제공격을 감행하며 궤도를 이탈했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후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끊임없이 연락을 취해왔고 이스라엘 내 이주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시민에겐 무기력하게 들렸다.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 미칠 영향과 범 이란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까 우려해 이스라엘에 무기와 외교적 우산 등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역효과를 내는 딜레마에 갇혔다고 짚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무력 도발 후 11개월 반 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에 온갖 지원을 제공하고도 휴전 중재나 이스라엘군의 군사 전술 수정 문제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에서 내려온 이래 지난 2개월간 대통령직 특히 가자지구 휴전을 비롯한 외교 문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중동 상황은 되레 악화일로다. 대선을 불과 한달여 남겨두고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을 입힐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편에 서서 이스라엘 북부에 미사일을 쏴온 헤즈볼라에 선전포고하고 역대급 공격을 퍼부으며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결국 칼자루를 쥔 것은 네타냐후 총리다. 이스라엘에 피난한 북부 주민 6만5000여명의 귀환을 도모하기 위해 남부 레바논 일부를 점령하고 완충지역을 만든다면 미국의 대선 분위기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유가 상승도 미국 소비자심리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연준의 0.5%포인트 '빅컷' 효과마저 희석될 터다.
중동의 지역적 긴장이 더 고조되자 네타냐후 총리가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에 불리하게끔 일부러 전쟁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외교관계위원회의 스티븐 쿡은 "네타냐후가 한 일을 보면, 미국이 뭘 제안하든 자신이나 이스라엘에 가장 좋은 게 뭔지 계산을 우선시한다"며 "네타냐후는 골대를 옮기고 바이든을 로프로 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서방 정보 당국자는 FT에 "트럼프의 승리가 네타냐후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할 것"이라며 "그가 트럼프에게 복귀할 기회를 주는 10월의 깜짝 선물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와히드 하나 위기그룹 미국 프로그램 이사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큰 주사위를 굴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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