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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이후 2300년, 대운하로 다시 경제회복?━
현재 베트남 국경 인근인 중국 남부 좡족자치구에는 핑루운하가 건설 중이다. 2026년 완공 예정이며 총 추정 비용은 700억위안(약 13조원)이다. 또 안후이성에서는 1000억위안(약 19조원)이 투입된 장화이운하가 건설돼 2022년부터 선박을 수용하고 있다.
여기까진 애교다.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사업들은 따로 있다. 남부 후난성(호남성)은 양쯔강과 주강(진주강)을 잇는 현대식 링추 운하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금 건설 중인 핑루운하와 연결해 중국 중부 물산을 남중국해로 바로 내보낸다는 구상인데, 링추운하 건설 예상 비용만 1500억위안(약 28조원)이 넘는다.
지자체는 웅대한 구상에 가슴이 부푸는 듯 하다. 후난성 언론 후난일보는 지난 4일 창사과기대 루이 교수의 기고와 특집기사를 통해 "운하는 후난성이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라며 "바다와 멀리 떨어진 지역의 물류 병목현상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절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앙 정부가 거절하면 드러누울 태세다.
가장 큰 것은 후난성 동쪽 이웃인 장시성(강서성)이 주도하고 있는 장시성 출발 저장성과 광둥성을 아우르며 이어지는 총 3200억위안(약 61조원) 규모 운하 프로젝트다. 세 성을 지나는 공사구간이 모두 완성돼 연결되면 기존 중국 대운하(1800km)를 넘어서는 무려 1988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운하가 완성된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일제히 삽을 들겠다고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한의 97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진 중국에서 운하를 통한 경제 부흥 개념은 이미 2200년 전부터 유효했다. 기원전 214년 진시황이 남쪽을 정복하고 판 것으로 전해지는 36.4km 영거운하를 시작으로 원나라(1279~1368)때 완성된 1800km의 대운하는 북부 베이징과 남부 항저우를 뱃길로 이어 중국 경제의 젖줄이 됐다.
새 대운하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게 지방정부들의 논리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시작으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바닷길과 뱃길로 잇는 구상인데, 운하를 통해 바닷길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배경을 차치하고라도 지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매력적인 카드다. 엄청난 고용 창출효과를 중심으로 지방 경제에 활력이 돌 수 있다. 또 운하 완성 이후에 물류가 늘어나면 중부지역 경제 상황이 호전될 거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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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중국...2008년 트라우마 불붙나━
중국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인한 경기부진 당시 무려 4조위안(약 758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을 단행했고, 대부분이 건설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됐다. 부실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되기는커녕 난립했다. 이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폭발한 결과물이 부동산에서 촉발된 현재 중국의 경기부진이다.
여기에 쏟아부었던 돈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부채로 남았다. 공무원 월급도 못 줄 판이 된 지방정부가 적잖다. 중국정부에 이 2008년 사례는 깊은 상처로 각인돼 있다. 중국정부는 이후 수차례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나 코로나19 위기 당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규모의 부양책으로 일관했다. 물론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부양책의 후폭풍에 대한 트라우마도 그만큼 컸다.
특히 현지 전문가들은 양대 운하가 모두 통과해야 하는 난링산맥을 어떻게 넘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쯔강 상류 계곡과 진주강 유역을 가로지르고 있는 난링산맥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건설비용이 얼마나 치솟을지 짐작할 수 없다는 거다.
중국과학원 소속 경제지리학자 루다다는 "이런 운하를 무작정 건설하는 것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해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했다. 베이에이리어 홍콩센터 경제전문가 왕지샨은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대규모 운하가 결국 철도와 도로망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예외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뿐인데 중국이 이런 특별한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느냐를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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