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환자에게는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 시술이 주로 시행된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하는데, 혈액을 묽게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치아 발치나 용종 제거를 위한 내시경 치료, 인공관절 수술 등 다른 질환으로 수술받을 때 출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비(非)심장수술 전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지 1년 이상 경과한 환자가 암, 치아, 무릎, 고관절 등 비심장수술을 받을 때 아스피린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안전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비심장수술을 받기 전후 일시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을 지속해서 복용한 환자와 비교하여 사망·심근경색·혈전증·뇌졸중 등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출혈은 감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됐고,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심장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4)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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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스텐트 환자 900여명 분석━
다만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가 암이나 고관절, 무릎 등 심장 수술이 아닌 다른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복용하던 아스피린이 출혈을 유발할 수 있어 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안전할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왔다.
이에 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인도, 터키 등 3개국 30개 기관에서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지 1년 이상 지난 환자 926명을 대상으로, 비심장수술을 받기 전후 지속해서 아스피린을 복용한 집단 462명과 비심장수술 5일 전부터 아스피린을 비롯한 모든 항혈소판제 복용을 중단한 집단 464명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5일 전부터 수술 후 30일간 사망·심근경색·혈전증·뇌졸중 등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은 아스피린 복용 집단이 0.6%로 아스피린 복용 중단 집단(0.9%)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모두 혈전증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주요 출혈 발생률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경미한 출혈은 아스피린 복용 집단에서 14.9% 발생해 아스피린 복용 중단 집단 10.1%에 비해 더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민 교수는 "약물 용출성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비심장수술을 시행할 때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었다"며 "다만 환자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보다 반드시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를 통해 약물 중단을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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