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현장에서 유가금속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고려아연 성장을 이끈 이 CTO는 동업 관계였던 영풍측 사정에도 밝다. 그는 현장 기술자의 시각에서 영풍이 MBK와 손잡고 회사 경영권을 노리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CTO는 "저도 영풍에 가서 (영풍 임직원들에게) 영풍의 미래에 관한 강의를 하고 기술상 상호교류도 하는 등 원래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은 잘 유지됐다"며 "하지만 4~5년 전, 영풍 석포 제련소 산업 폐기물 문제가 생겼고 영풍은 이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고려아연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국가에 대한 죄이며, 이걸 막은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그때부터 장형진 고문의 영풍측과 사이가 틀어진 것이지 이유가 다른데 있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CTO는 회사 최고 기술자로서 최윤범 회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CTO는 "미국에서 변호사였던 최윤범 회장은 귀국해 온산제련소에서 저와 1년간 함께 현장을 배웠고, 이 기간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을 다 습득했다"며 "이후 호주로 가서 적자 제련소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원료를 멕시코, 호주 등에서 수입해 10년간 12.8%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건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전문 경영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며 "원료 도입 상황에 맞춰 조업을 변화시키고 대처해 최대 이익을 따라가는 기술력이 우리에겐 있으며 이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CTO는 이 같은 기술을 발판으로 고려아연이 담당한 비철금속업이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으로 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동종 산업에서 실패를 본 장형진 고문 측이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으로 올라선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건 명분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CTO는 "영풍은 사업이 부진해 연속적자에 시달리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중"이라며 "하지만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 선언 후 처음으로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조, 협력사,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냈다. 기술직군까지 돌아선 것을 심상치 않은 신호로 본 때문일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성공 후 MBK·영풍측이 경영권을 가져온다 해도 현장 일반직은 물론 기술직과 공조가 안되면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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