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전자화폐는 국민 감시 수단? 프라이버시 강화기술 본격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4.09.24 15:28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일곱 번째)이 9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개최된 제2회 「개인정보 기술포럼」 세미나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연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의 실거래 테스트가 예정된 가운데 CBDC와 관련한 개인정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CBDC가 디지털 화폐이다보니 현행 물리적 형태를 갖춘 현금과 달리 거래의 익명성 등 경제활동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4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은 공동 개최로 열린 '개인정보 기술포럼' 세미나에서 이지은 한은 디지털화폐기술1팀 과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중앙은행은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유인이 없고 BIS(국제결제은행) 및 각국 중앙은행도 CBDC 시스템상 거래 익명성(기밀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활용 실험과 법제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일컫는다. 이미 다수의 경제활동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및 온라인 송금·수신 등 현금이 없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근간은 물리적 형태의 현금이 있다. 한은 등 각국 중앙은행도 '현금 없는 경제'에 대비해 CBD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연내 최대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물리적 형태의 현금과 달리 디지털 화폐의 교환은 기록이 남는다.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과도한 익명성은 디지털 화폐가 암호화폐 모네로처럼 자금세탁이나 불법적인 물품의 거래에 활용되거나 탈세를 초래할 수 있으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개인 사유재산에 대한 감시나 개인 사생활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CBDC 프로젝트에서는 보안 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한 시도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날 이 과장의 발표도 국내외 개인정보 보호 기술이 CBDC 플랫폼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장은 CBDC 화폐의 발행에서부터 전자지갑 발행, 지급·수납·송금, 거래내역 저장, 자금세탁 방지 등 통계 분석, 거래 내역 파기에 이르는 CBDC 거래 흐름별로 개인정보 처리 목적 및 항목을 식별하고 활용가능한 PET(개인정보 강화기술)을 구현해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12월부터 영지식 증명 기술(부가적 정보 없이 신원 등을 증명하는 기술)을 활용해 익명 송금을 구현하는 실험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자사 및 타행에 송금할 때 거래 기밀성을 구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동형암호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정보제어권을 부여하는 방안, 영지식 증명 기술을 활용한 무기명 거래시 자금세탁 방지 및 테라자금 조달 방지 방안을 도출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 과장은 "가상 범용 CBDC 시스템에서 이용자에게 본인이 생성한 정보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강화하고 해당 거래와 관련한 이해 관계자에게만 분산원장상 필요최소 정보에 대해 접근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다양한 PET 적용 실험을 통해 최적의 PET 조합을 탐색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도엽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도 "분산원장의 무결성, 투명성, 책임성은 디지털 경제에 중요한 핵심 요소이지만 투명성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게 아니다"라며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실시간 거래 등의 내용이 공개된다면 개인정보보호의 기밀성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여부가 사회적 우려로 제기될 수 있다"며 "정보변환 기술, 동형암호, 영지식 증명 등 다양한 PET 기술을 활용한 기술적·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법령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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