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빅배스' 케이엔제이, 반도체 부문 '선택과 집중'

머니투데이 아산(충남)=조영갑 기자 | 2024.09.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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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사업으로 출발해 반도체 부품 사업으로 성장 축을 이동하고 있는 '케이엔제이(KNJ)'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기존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사업부문을 중단사업으로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인적·물적 재원을 반도체 부품 사업에 집중시킨다. 손실 사업을 미리 털고가는 '빅배스(Big bath)' 성격의 구조조정이다. 더불어 자사주를 일부 매입하는 등 주당가치 제고도 꾀한다는 복안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엔제이는 9월 말을 기해 장비사업 관련 영업을 중단하고, 전사적 수익 구조 개선에 돌입한다. 케이엔제이는 공시를 통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품사업부문의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사업을 적극 육성한다고 밝혔다. 영업정지 관련 금액은 약 155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총 매출액(619억원)의 25.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와 관련 이상효 케이엔제이 부사장(CFO)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올해부터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SiC포커스링 제품의 고객사 입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사적인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영업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케이엔제이의 결단은 '빅배스(재무 대청소)'의 일환이다. 디스플레이 전방 투자가 둔화되면서 해당 장비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 손실 폭이 성장일로에 있는 반도체 부품 소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 구조를 선제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의미다.

케이엔제이는 2005년 설립 이후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장비인 엣지 그라인더(Edge Grinder)와 패널 검사 장비 자동화 설비 부문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사세를 키워온 기업이다. 2006년 삼성전자 LCD 협력업체에 등록하고, 장비를 납품한 데 이어 2008년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빠른 시간에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다.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디스플레이 전방 고객사의 투자 지연과 중국 내 로컬 메이커들의 저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장비 부문의 침체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 메이커의 신규 패널 투자가 지연됐고, 주요 매출원이던 LCD 사업 부문 철수가 결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440억원에 이르던 관련 매출액은 부침을 겪다가 지난해 155억원, 영업손실 7억원 수준으로 위축됐다. 영업손실은 올 상반기까지 약 30~40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케이엔제이는 지난해 국내 제조사로부터 130억원 가량의 2차전지 제조용 캡어세이(Cap Ass’y) 장비 계약을 수주했으나 이 역시 채산성이 따르지 않으면서 장비사업 부문의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케이엔제이는 확대 일로에 있는 반도체 SiC(실리콘카바이드) 포커스링 사업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커스링은 웨이퍼 식각공정 과정에서 챔버 내 웨이퍼를 고정하는 소모품이다. 코팅 기술력에 따라 내구성과 품질이 결정된다. 케이엔제이는 M&A를 통해 CVD(화학기상증착) 방식의 SiC 코팅 기술을 확보한 후 2021년부터 국내 주요 D램 제조사에 납품하면서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장비부문의 손실 기조 속에서도 연결기준 매출액 619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할 만큼 우수한 채산성을 과시했다. 이익률만 20% 수준이다.

특히 국내 IDM이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최근 양산라인에 '애프터마켓(After Market)' 부품 도입을 확대하면서 케이엔제이가 정면으로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소재, 부품은 양산 장비 공급사의 퀄(품질인증)을 받고 장비 내 탑재돼 입고되는 비포마켓(Before Market)과 제조사가 소모품만 도입해 쓰는 애프터마켓으로 나뉜다. 애프터마켓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원가절감 차원에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케이엔제이는 2016년부터 해당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포커스링 시장 전체로는 약 2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케이엔제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중단사업 부문의 R&D 인력을 부품사업부로 배속해 SiC 가공공정 자동화 역량을 강화하고,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포커스링 생산 캐파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산사업장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1300억원 수준(매출액 기준)으로 캐파를 확충한다. 자기자본 등 450억원 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상효 부사장은 "기존 자동화 설비의 업력이 두텁기 때문에 R&D 핵심 인력을 부품사업부의 가공공정 부문으로 투입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중단으로 올해 단기적 매출 감소는 있을 수 있으나 외주생산 위주 였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 일시상각의 여파는 없을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중단사업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한편, 케이엔제이는 하반기부터 주주가치 제고와 환원에도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30억원 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고, 주당가치를 높인다. 더불어 배당정책도 검토한다. 케이엔제이는 그간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2026년까지 현금흐름을 부품사업 캐파 확장에 투입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배당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SG 경영과 기관, 주주 IR 활동 역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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