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12년…게임 속에서 나는 하늘을 난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9.24 10:51

[인터뷰]장애인 게임 유튜버 씨케이
게임 보조기기 지원 받아 접근성 향상·인터넷방송까지
"게임은 삶의 원동력…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보조기기 혜택 보길"

게임 유튜버 씨케이가 지난 20일 보조기기를 활용해 배틀로얄 게임 '이터널 리턴'을 플레이하고 있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신체적 장애는 삶의 의욕을 꺾기 쉽다. 특히 벼락 같이 찾아온 후천적 장애는 더욱 그렇다. 유튜버 씨케이(@ehiick)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경추 7번이 완전 손상되는 사고를 당하며 중증 지체장애인이 됐다. 하반신이 마비되고 양손 역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손마저도 때때로 경직이 일어나는 불편을 안고 산다.

그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게임이다. 활동 보조인과 가족의 도움 없이는 일상 곳곳이 불편하지만 게임 속의 그는 리듬을 타고,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며, 윙슈트를 입고 세계 곳곳의 하늘을 누빈다. 게임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방송은 비록 구독자 70명에 불과하지만,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소중한 창구다.

씨케이는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게임 플레이에 대한 평가와 칭찬을 받는 과정에서 행복감이 늘어났다"며 "게임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른 삶의 부분들까지 모두 향상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씨케이와의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튜브 씨케이TV를 운영하는 게이머다. 12년 전 사고로 경추 7번이 완전손상을 입었다. 손도 원래 잘 못 움직였는데 물리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좀 완화됐다. 손가락이 자유롭진 않아 손목 스냅을 주로 사용한다.

-게임은 사고 이후에 시작했나.
▶그렇진 않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슈퍼마리오와 오리사냥 등으로 입문했다. 컴퓨터가 생긴 뒤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게임을 했다. 오히려 중도장애를 입고 난 이후 손가락을 쓸 수 없어서 한동안 게임 자체를 못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 가능한한 손가락을 안 써도 되는 터치형 모바일 게임 위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여전히 손이 불편한데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보조기기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에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사업 홍보문자를 받고 바로 신청했다. 한손자용 키보드, 로지텍 스위치,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 엘가토 스트림덱(매크로 키보드) 등을 지원 받았다. 그동안 부딪혔던 신체적 한계를 넘어 보다 복잡한 입력과 활동이 가능해졌다. 게임의 바운더리만 넓어진 게 아니라 행복감이 늘어나고, 삶의 질까지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유튜브 방송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씨케이에게 기기를 지원해준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지원사업은 지난해 3월 카카오게임즈와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에이트랙) 등이 맺은 업무협약에서 시작됐다. 카카오게임즈가 후원금 기부와 사업 기획을 맡고, 아름다운재단과 국립재활원이 사업운영 및 자문 등을 분담했다. 에이트랙은 지원자 사례 관리와 연구 등 실무를 맡았다. 수도권 거주 지체·뇌병변 장애인 35명에게 각각 다른 개인 맞춤형 보조기기 180대를 지급했다.

-보조기기 덕분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됐나.
▶가장 드라마틱한 건 리듬게임이다. 손가락이 불편할 때는 억지로 4키 정도를 커버할 수 있었는데, 보조기기를 이용하면 6키까지 가능하다. 마음 먹으면 8키까지도 할 수 있다. 보조기기가 없었다면 유튜브 방송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트림덱을 연결해 방송 리모콘처럼 사용하고 있다.

-보조기기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을텐데, 왜 굳이 게임과 유튜브 방송을 하는가.
▶사람마다 각자 즐기는 취미가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들이 야구나 축구, 주식을 좋아하듯이 게임도 하나의 문화생활이다. 누군가는 술 마시고 사람 만날 때 나는 게임을 하고 시청자와 소통하며 살아간다.

▶무엇보다 게임이 좋은 이유는 간접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놀이공원에는 갈 수 없지만 게임 속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집 안에서 체험하고 있다. 라이더스 리퍼블릭 같은 게임을 하면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윙슈트는 비장애인에게도 위험한데 이들도 게임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게임할 때 선풍기를 옆에 틀어놓으면 정말 내가 하늘 속을 날아다니며 바람을 쐬는 느낌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요즘은 VR(가상현실)도 많이 발전하면서 보다 많은 실감형 체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구독자 70명의 씨케이TV. 유명 게이머들에 비해 적은 구독자지만, 씨케이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소중한 창구 중 하나다. /사진=유튜브 캡처
-게임 방송은 씨케이에게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는 내가 살아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에 시작했다. 많지는 않지만 내 채널의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좋다. 게임 영상을 두고 잘했다고 칭찬하거나, 플레이에 대해 평가하는 걸 들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다만 굳이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내세우진 않는다. "장애인인데 게임을 이만큼 한다"는 식으로 어필하고 싶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치지직에서도 방송을 시작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씨케이처럼 게임 속에서 자유와 삶의 활력을 찾으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까.
▶보조기기 지원사업이 많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 나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됐을 뿐이다. 또 이러한 사업에 대해 알게 된다 해도 "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신청해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충분히 많은 분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장애인별로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원 받을 수 있는 보조기기의 선택지도 많이 늘어난다면 좋겠다. 게임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쓸데 없는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전폭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활동지원사님들의 자세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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