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버지로부터 산 주식 가치가 급등해도 세금을 낼 수 있다

머니투데이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2024.09.24 14:00

편집자주 | [the L]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웰스매니지먼트팀 변호사·공인회계사. /사진제공=화우
#A씨는 아버지가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비상장 회사 B사의 주식 1만주를 주당 1만원에 매수했다. 이 가격은 당시 B사 주식의 다른 거래 사례를 고려할 때 적정한 가격이었다. A씨가 주식을 매수한 때로부터 1년 후 B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시행을 담당하게 됐다. 그로 인해 B사의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 당연히 A씨가 보유하고 있는 B사 주식의 가치도 증가했다. 이런 경우 세금이 문제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증여세를 부담할 수 있다. 우리 세법은 직접 증여가 아닌 우회적으로 부를 이전하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중 하나가 특수관계인(부모, 자식, 배우자, 형제, 자매 등)으로부터 재산 취득 후 재산 가치 증가 시 법에서 정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증여로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로 보아 자력으로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미공개 내부 정보를 받은 후 그 정보와 관련된 재산을 유상으로 취득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차입한 자금 또는 특수관계인의 재산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 △재산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개발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사업 인허가 등 법에서 정한 사유로 재산 가치가 증가해서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도록 규정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의 형질이 변경되거나 개발사업이 시행돼 토지의 가치가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그 토지를 자식에게 증여한 경우, 증여세를 증여할 때 토지의 시세만큼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사업의 시행 등으로 토지의 가치가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는 것이다.

다만,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매수한 후 재산 가치가 증가한 모든 경우를 증여로 본다면 증여세 과세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장될 위험이 있으므로 법에 명시된 사유 또는 그와 유사한 사유로 재산 가치가 증가한 경우만 증여로 취급한다. 그리고 수증자가 얻은 이익이 △재산의 취득가액, 통상적인 가치 상승분,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지출한 금액을 모두 합한 금액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다시 A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면, A씨가 B사의 주식을 취득한 지 1년 후, B사의 가치가 크게 증가했기에 A씨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법정 기준 금액을 초과한다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대법원도 법인 재산 가치 증가에 따른 주주의 이익이 증여세 과세 대상 이익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41327 판결).

이때 원칙적으로는 과세당국이 A씨가 B사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받아 주식을 샀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실제 부자 관계이니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반대로 A씨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처럼 우회적인 방법으로 증여를 시도하는 경우에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대응책을 마련해 두어야 예상치 못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

[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부동산PFV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외국계IB 교육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사모펀드 손실보상에 따른 조세이슈 자문 등 담당한다.]

베스트 클릭

  1. 1 수현 이혼 소식 전한 날…차민근 전 대표는 SNS에 딸과 '찰칵'
  2. 2 사당동에 '8억 로또' 아파트 나왔다…거주 의무도 없어
  3. 3 '양치기' 모건스탠리…AI슈퍼사이클 선언 한달만에 돌변 왜?
  4. 4 11월에 니트 대신 반팔?…'올여름 40도' 적중 기상학자 섬뜩한 예측
  5. 5 "정관수술했는데 아내 가방에 콘돔"…이혼 요구했더니 "아파트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