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조합원의 조합원명부 공개청구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머니투데이 허남이 기자 | 2024.09.23 16:56
부동산 개발은 속도가 생명이다. 사업비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늦어지면 금융이자가 발생하고 이는 곧 사업비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재개발 재건축 조합(아래에서는 '조합'이라고만 한다)은 종래 빠른 사업을 빌미로 조합원들에게 불친절한 경우가 대다수 였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권리를 보장함에 따라 조합원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많이 완화된 것 같다.

이에는 대법원이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를 가급적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한 몫 한다. 가령 조합이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법이 정하지 않은 요건이나 절차를 강요하는 것은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아 대체로 위법한 것으로 판단한다.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최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개인의 정보가 타인에게 누설되는 것에 민감하다. 수년 전에만 하더라도 재개발 재건축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쓰고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전화번호나 주소가 모르는 사람에게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고,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주민번호 뒷자리는 가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조합은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조합원명부 공개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약을 두기도 한다. 가령, 조합원명부를 청구한 조합원의 신상을 조합원들에게 밝히거나, 조합원명부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받거나, 공개된 조합원명부를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기하도록 하는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제약이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아무래도 조합원명부를 청구하는 조합원 입장에서, 자신의 신상을 밝히거나 각서를 쓰거나 조합원명부를 일정기간 지나면 파기해야 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각서를 작성하는 것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목적 범위 외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조합원명부를 소지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정당하게 보유하는 정보를 법의 근거 없이 제한한 것이라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위 두 가지 경우와 달리, 조합원명부를 청구한 조합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것은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문제도 있지만, 조합원명부를 청구한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다른 모든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것이 되어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조합이 조합원명부를 공개해야 할 의무는 법에 따른 것이므로 조합원들 개인정보 공개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니, 개인정보보호를 명목으로 조합원 신상을 다른 조합원들에게 밝히겠다고 하는 것은 정보공개청구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조합원명부를 청구한 조합원에 대한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공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날이 갈수록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조합원명부를 청구한 조합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조합원명부가 특정 조합원에게 공개된다는 것은 모든 조합원의 개인정보인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제공되는 것이므로 조합원 모두가 적어도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승인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부당한 정보 공개 거부는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고 이에 조합임원 자격 박탈도 결부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조합이 필자의 생각에 따르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다.

참고로, 리모델링주택조합의 경우에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근거법과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조금은 달리 볼 여지가 있다./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여보, 이자 내느니 월세가 낫겠어" 영끌 접었나…확 달라진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