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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깔리고 반복"…메카의 '참상'━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사우디에는 총 240만명 이상의 순례객이 방문해왔다.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역사적으로 메카에서는 압사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1990년 7월 메카의 보행용 터널에서 1426명이 사망했고, 1994년 5월 악마를 상징하는 돌무덤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하던 중에 270명이 압사당해 목숨을 잃었다. 1998년, 2001년, 2004년, 2006년 등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2015년 9월 사고 불과 13일 전에도 메카에서 공사장 크레인이 넘어지며 107명이 숨졌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에도 군중이 과도하게 밀집된 가운데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고 그 위로 순례자들이 계속해서 넘어지고 깔리길 반복하며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시신과 소지품 등이 길거리에 나뒹굴었다. 뒤엉킨 시신 사이로 구조대원들은 부상자들에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었다. 5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도 시신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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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 비판하자…"순례객이 문제"━
사이드 오하디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사우디 당국이 당시 2개 도로를 막으면서 참사가 일어났다며 사우디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 프레스 TV는 사고 당일 행사 장소에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방문하면서 그의 경호 인력이 순례객들의 이동 경로를 바꿔 혼잡한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도했다.
사고를 '신의 선물'이라 표현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슬람권에 속하는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나에서 일어난 사건은 비극적 사건"이라면서도 "성지순례를 떠나는 모든 무슬림은 바로 그곳에서 죽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알라의 선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가장 성스러운 날, 성스러운 장소에서 숨졌기 때문에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후 사고 예방을 위한 몇 가지 규제를 마련했다. 다음 해 사우디 정부는 사고가 발생했던 돌 던지는 의식의 허용 시간을 제한했다. 메카 대사원 중앙의 카바 주위를 도는 의식도 기도 시간 전후 1시간 이내엔 금지했으며, 대사원 입장 시 신분증과 GPS 칩이 내장된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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