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인을 천대한 국가의 최후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 2024.09.25 05:00

[the300] 김용현 국방장관, 軍 사기증진 위해 '초급·중견간부 처우개선' 공언
시스템 개선 만큼 軍 기강해이 짚어봐야…'군기문란 부대는 패배' 역사가 증명

장병들이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마련된 시설에서 휴대폰을 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첨단 전력을 무장해도 싸워 이길 수 없다는 취지다. 김 장관이 군인의 급여·수당 인상과 초급 간부들의 의식주 여건 개선 등을 강조하는 이유다.

올해 1호봉 하사의 기본급에 수당을 더하면 약 230만원이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200만원 안팎이다. 당직 수당은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으로 일하는 시간에 견줘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국가가 초급·중견간부의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한 뒤 국가를 지켜달라고 해야 한다는 게 김 장관의 호소다. 나폴레옹도 "전쟁에서 사기와 정신력이 4분의 3을 차지하며 수적 요소는 단지 4분의 1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병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선 만큼 개별 군인들의 기강해이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요즘 군대는 싸워서 이길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부대 내 사고 방지에 초점을 두는 '행정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맞지 않는 군기훈련을 받다가 안타깝게 순직한 사건이 발생하자 재발 방지 대책으로 '군기훈련은 명상 등 정신수양만 실시한다'고 지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사격장 시설 미비, 더위 등 외부 환경에 따른 훈련 축소 사례도 부지기수다.


부대 지휘관은 훈련다운 훈련이 아닌 훈련 규정과 책임 면피 요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은 나에게, 책임은 부하에게' '우리의 주적은 간부' 등의 말이 나올 정도다. 지휘관과 부하 모두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전쟁을 잊고 목표의식이 없는 군대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군대의 몰락은 군대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130년 전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던 조선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은 군대의 기강과 사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당시 청나라 군함을 시찰한 에드먼드 프리맨틀 영국 해군 중장은 "청나라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군역에 종사하는 자를 천시했다. 전함에서 군인들은 도박을 할 정도로 군기가 문란했고 국가는 그것을 용인하는 경향마저 있었다"고 전했다. 방산비리도 만연해 포탄은 터지지도 않았다. 군인을 천대하는 국가에서 기강 해이에 빠진 군대의 최후는 결국 '패배'였다.

김인한 정치부 외교안보담당 /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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