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20일 저녁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혐의 등을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복귀 전공의·의대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명단엔 피해자들의 실명, 소속병원 등이 기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피해자 중 일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 이후 첫 사직 전공의 구속 사례가 나오면서 선배 의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의대교수는 "이게 구속사유가 되느냐"면서 "전공의 대표 줄소환에 구속수사로 협박하면서 조건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바라선 안된다"고 분개했다. 또다른 의대교수도 "명단을 올리는 것은 찬성하지 않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의사집단의 규탄성명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독재정권 때처럼 공안정국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실정으로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마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전공의들에게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전가하는 현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게 정부의 행태임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면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이번 사태가 이런 방식으론 결코 해결되지 못하고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임현택 회장은 정씨가 구속된 다음날(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그를 만나고 온 후 기자들에게 "오늘 이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과연 생명을 살리던 현장에서 잠도 못자고 집에도 못 가고 자기 몸 하나 돌볼 시간 없이 환자들 죽어가는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딴내고 있다"며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우리 의사들도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의사들이 오직 국민들 생명 살리는 걱정만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빅5' 병원 사직 전공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를 시작으로 줄줄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료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1일 경찰에 출석한 김유영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는 포토라인에서 "언제 어디가 아파도 상급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는 권력자들이 의료현안,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게 화가 난다"며 "마취과 전공의로 소아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꿈꿨지만 그 꿈을 접었다"고 짧게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