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돌아보는 과거 대출규제

머니투데이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 2024.09.24 04:03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은행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감독당국이 자제를 요청하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던 은행들은 대출조건과 한도를 조정하고 있다. 1주택자에게까지 대출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대해 감독당국 수장이 지나치다는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풍선효과가 몰릴 수 있는 대형 보험사마저 보수적 태도에 동참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18년 전인 2006년 11월 이후 대출규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물론 당시 조치는 세계적 부동산 버블 중간에 나온 것이고 2002년부터 계속된 부동산 규제의 일환이었으며 대책이 나오자마자 노골적으로 '창구지도'가 언급됐기에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대출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당시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전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계속됐다. 우리는 이미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한 현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5년 8·31대책을 통해 거래가격 신고 의무화까지 내놨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마침내 2006년 11월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LTV 규제강화, DTI 확대적용 등이 발표됐으며 동시에 17일부터 '수도권 전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사실상 총량규제를 요구하는 창구지도'가 시행됐다. 후속대책으로 12월20일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강화정책이 나왔고 2007년 1월11일에는 투기지역 아파트담보대출 1건으로 제한, 기존 소유 아파트담보대출에서도 DTI 적용 등이 시행됐다.

사실상 신규대출 신청이 제한된 11월17일 이후에도 12월까지는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이는 기존 신청된 대출이 실행되는 시간차 때문이다. 다음해 1월부터 대출절벽 현상이 나타났고 부동산시장은 냉각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인지, 정권교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2008년 11월3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마침내 DTI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양상은 다르다. 그때는 경험이 없었기에 은행권의 2007년 경영계획은 매우 공격적으로 설정됐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감독당국이 대출실행 이전에 신청건수마저 보고받는다는 보도도 있었으니 규제는 더욱 물샐틈없을 것 같다. 2024년 초반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고삐를 놓친 것이 분명하므로 2025년에도 현재와 같이 보수적인 대출정책은 유지될 것이다. 18년 전에도 규제는 2년 정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호경기에도 지속된 완화적 금융지원이 정작 경기하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화된 규제로 바뀌는 아이러니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기에 감독당국의 개입을 부적절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사족인데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젊었을 때는 아저씨들이 왜 20년 전 유행한 것들을 누구나 아는 상식인 것마냥 이야기하는 걸까 했는데 아저씨가 된 지금에는 아저씨들에게 20년 전은 꽤 최근이라서 화제가 낡았다는 실감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결국 (누구나) 나이 들면 생각나는 것은 흘러간 레퍼토리인지도 모르겠다.(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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