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줄소환·구속에 발끈한 의사들…의료대란 불 더 지필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9.22 16:34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유영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들의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 관련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9.11.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사직 전공의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실제 구속으로까지 이어지자, 이를 지켜본 선배 의사들의 발끈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사직 전공의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대상으로 거론됐는데, 이들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정부와 의사집단 간 대화는커녕 의료대란에 불을 더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대화해놓자고 하고선 겁박하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앞서 20일 저녁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는 지난 7월께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복귀 전공의·의대생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명단에는 피해자들의 실명, 소속 병원 등이 기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피해자 중 일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며 피해자의 극단 선택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 갈등 이후 사직 전공의의 첫 구속 사례가 나오면서 선배 의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이게 구속 사유가 되느냐"라면서 "전공의 대표 줄소환에 구속 수사로 협박해대면서 조건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바라선 안 된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명단을 올리는 것은 찬성하지 않지만 이미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 및 의대생의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A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4.09.20.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의사집단의 규탄 성명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21일 성명에서 "독재 정권 때처럼 공안 정국을 펼치는 것도 모자라 정부의 실정으로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마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전공의들에게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전가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게 정부의 행태임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면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이번 사태가 이런 방식으론 결코 해결되지 못하고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사회도 같은 날 서울 이태원에서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 집회를 열고 "의사 표현을 말살하는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개인적인 의견 표출을 이유로 사직 전공의를 구속하는 행위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사직 전공의를 구속한 것은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공권력 남용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을 악마화하고 범죄자로 낙인찍어 사직 전공의들을 억압해 의료 붕괴를 촉진하는 행위 또한 즉각 중단하는 것이 의료정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의료계를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구속된 사직 전공의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면회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9.21.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은 구속 다음 날(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정 씨를 만나고 온 후 기자들에게 "오늘 이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과연 생명을 살리던 현장에서 잠도 못 자고 집에도 못 가고 자기 몸 하나 돌볼 시간 없이 환자들 죽어가는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딴내고 있다"며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우리 의사들도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의사들이 오직 국민들 생명 살리는 걱정만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빅5' 병원 사직 전공의 대표들은 지난 5일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를 시작으로 줄줄이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로 수사망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11일 경찰에 출석한 김유영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는 포토라인에서 "언제 어디가 아파도 상급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는 권력자들이 의료 현안,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게 화가 난다"며 "마취과 전공의로 소아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꿈꿨지만, 그 꿈을 접었다"고 짧게 말했다.

빅5 병원이 속한 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서울대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헌법 제15조에 규정하고 있는 '직업의 자유'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 종사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면서 "지난 2월 정부에서 발표한 무모한 의료 정책에 절망한 젊은 의사들이 대규모 사직한 것은 온전히 개인적 결정에 의해 선택된 것이지, 누군가의 사주나 강압에서 비롯된 집단사직이 결코 아니"라고 밝히며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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