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뜨겁고도 순수한 진심의 얼굴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4.09.22 10:20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고준이 주인공인 동시에 그림자인 작품이다. 그가 연기한 노상철은 떠밀려간 시골 경찰청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외톨이의 필사를, 그리고 또 다른 외톨이의 가냘픈 희망을 모른 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따라 드라마를 부유하는 인물이다. 사건의 실체를 향해 뜨겁게 내달리는 고준의 무구한 얼굴에 의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진하고 단단한 실체적 감정을 전달한다.


고준은 상철을 격하게 끌어안은 채 독사과를 먹은 정우(변요한)의 난쟁이가 되어주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미더움을 불어넣는다. 드라마의 흘러가는 방향이 답답할지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순수한 사명으로 애쓰는 상철을 보고 있자면 작품이 안기는 고구마 전개를 견딜 만한 힘이 생긴다. 이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열심히 일하는 경찰을 대변하고 싶었다”라던 각오로 작품 속에 자신을 내던진 고준의 순수한 진심이 이끌어낸 힘일 것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가냘픈 희망을 뜨거운 진심으로 붙든 고준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속 얼굴은 황폐한 대지에 홀로 굳건히 솟은 선인장 같다. 수많은 작품에서 가시 돋친 악역을 연기하던 이 남자는, 배경을 우림에서 사막으로 바꿔 자신의 가시를 위협이 아닌 생명력으로 바꾼다.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였지만 아내를 잃는 불운한 사고로 트라우마를 얻고 시골에 떠밀려 온 에이스 형사, 그가 손에 움켜쥔 희망은 실낱같지만 경찰로서 사명이 몸에 박힌 노상철의 격동하는 마음은 변영주 감독의 세심하고 다층적인 연출에서 시작되어 고준의 연기로 완성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의 축축한 마음이 다시 타오르도록 장작 불을 지피는 어려운 과정을, 고준은 어렵지 않게 연기한다. 극의 주인공이지만 그림자이기도 한 노상철의 발화 지점이 튀거나 야단하지 않게 감정을 탁월하게 조절한다. 모든 것을 경계하지만 여지는 열어두고, 눈은 웃지만 입가는 진중하고, 유쾌하게 어울리지만 은밀하게 행동한다. 그가 차분하게 공격성을 드러내고 치밀하게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순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속도는 쾌속이지만 승차감은 좋은 스릴러가 된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고준 / 사진=MBC


그래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고준은 제대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가치 증명뿐 아니라 가능성을 넓히고 입지도 확장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제작발표회에서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악역을 하면서 10년 동안 악역을 하게 됐다”라고 자신의 한계를 말했던 그가, 처음 연기하게 된 경찰 역할로 앞으로 10년은 더 형사 역을 믿고 맡겨도 될 새 판을 깔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는 영화 '타짜-신의 손'에서 잔혹한 내기를 제안하는 비릿한 비열함을 지닌 인물을 인상 깊게 연기했고,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조선족 두목 역을 맡아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악역 연기를 근사하게 빚어냈다. JTBC ‘미스티’에서는 일탈의 경계에 선 남자의 치명적인 관능을 보여줬고, SBS ‘열혈사제’에서는 코믹과 카리스마 넘나들었다. tvN ‘오 마이 베이비’에서는 배려 넘치는 인물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형상화했다. 애초 역할에 한계가 없는 배우였지만 악역 연기가 남긴 강렬한 잔상 탓에 경계가 진했을 따름이다.


고준은 굵은 선의 외관으로 굳이 폼 잡지 않아도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여심을 사로잡는 건 은근히 말간 미소와 다부진 몸태다. ‘잘 생겼다’보다는 ‘멋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 배우는, 근사하고 또 차분하게 연기로써 자신의 이름 두 자를 깊게 뻗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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