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6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선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중국인들의 유별난 애플 사랑은 미중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과정에서도 흔들림 없이 굳건했지만 아이폰16 출시 직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이날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아이폰16이 약 600위안(11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 인도도 전에 할인이 시작됐다는 거다.
출시 현장을 찾은 애플 충성팬들의 반응도 아이폰15 출시 당시와는 온도차가 있다. "미리 주문한 제품을 받으러 왔다"는 베이징 주민 류지웨이씨는 "AI(인공지능) 기능이 중국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아이폰16은 중국 시장에서 제대로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특별한 혁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중국 주문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16의 글로벌 사전 주문량이 아이폰15에 비해 약 12.7%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중국 판매량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일단 아이폰16을 공급하고, 업데이트로 AI를 사용하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선 사용 금지된 챗GPT를 대신할 오픈AI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약속한 한 달 후 실사용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에서 판매량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실물 출시 첫 날 분위기는 확연히 대조됐지만 이날 상황만으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의 패배와 화웨이의 승리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현지서 손꼽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화웨이의 메이트XT는 사실상 양산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날 현물 판매 개시에도 사전 예약 외 현장판매량은 제로(0)다. 생산된 제품이 없어서다.
최고사양 기준 우리 돈 400만원을 웃도는 화웨이 메이트XT의 가격은 중국인들의 일반 소득을 생각하면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준의 제품이 아니다. 1000만원대 중반인 재판매 가격은 화웨이 메이트XT가 중국에서 '수집품'이나 '투기품'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증이다.
현지 IT전문가들은 메이트XT를 통해 기술력을 과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범용 주력제품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게 화웨이의 전략이라고 본다. 전략은 유효할 수 있지만 메이트XT가 무려 640만건의 사전주문량을 충족하긴 어렵다. 턱없이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상황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 미국 제재를 뚫고 자체생산하고 있다는 고성능칩(반도체)을 제대로 양산하지 못한다는 의미여서다.
온라인 IT리뷰 플랫폼 지통파이낸스를 운영하는 첸샤오위는 "이전의 미친 듯한 아이폰 투기는 사라지고, 아이폰을 사재기하면 부자가 되는 시대도 끝났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아이폰16의 판매 개시와 함께 여전히 상당한 판매고가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다만 화웨이 등 다른 브랜드들과의 경쟁은 격화할 것이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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