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이 문제삼은 '이그니오 인수'…영풍측, 고려아연 이사회선 '찬성'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09.21 08:00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이 2022년 인수한 미국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과 MBK·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잘못된 투자'라는 MBK·영풍의 지적에 고려아연측이 '제대로 된 투자'라고 맞서는 공방전이 이어진 가운데 쟁점은 다시 장형진 영풍 고문도 포함된 고려아연 이사회가 이 투자를 결정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1일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장형진 영풍 고문은 고려아연 사내이사로서 '미국 신규법인 페달포인트 출자의 건', '미국 페달포인트홀딩스 유상증자 참여의 건', '이그니오 잔여지분 인수 승인의 건' 등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은 2021년 미국에 설립한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2022년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다. 2022년 7월 먼저 지분 약 73%를 인수한 뒤 그해 11월 잔여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여기에 총 5757억원을 투입했고 투자 재원 상당 부분은 2022년 한화의 미국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했다. 이 같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관련한 결정 과정에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사회에서 동의한 흔적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그니오 인수가 '잘못된 투자'였다고 현재 주장하는 MBK·영풍 측의 이에 대한 해명은 이렇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A4 한 장으로 된 투자보고서만 보고 동의해 준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면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당시 올라온 투자보고서가 온전치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시엔 최 회장측과 동업관계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믿고 동의해줬다'는게 영풍 측 설명이다.


이에 고려아연측은 '자가당착'이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투자보고서엔 인수 판단을 할 만한 핵심 정보가 모두 담겼다"며 "당시 이사회 관련 안건이 세차례에 걸쳐 올라왔는데 이 모두에 동의한 뒤 지금 잘못된 투자였다고 문제삼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MBK·영풍측이 제기하는 지적의 출발점 부터 모순이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이 현재 일종의 진실게임을 벌이는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의 적정성 문제는 이사회의 의사판단 시점부터 꼬여있던 셈이다. △MBK·영풍측이 당시 매출이 29억원에 불과한 이그니오홀딩스를 매출의 202배로 샀다고 공격하자 △고려아연이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대한 매출이 포함된 기준으론 매출은 637억원으로 인수가는 약 9배"라고 반박했고△이에 다시 MBK·영풍측이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고 하는데, 공시나 이사회 보고자료 그 어디에도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다"고 재반박한게 지금까지 양측이 벌인 진실게임의 진행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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