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집값은 전고점의 90%를 넘었고 일부 지역은 직전 급등기 수준까지 올랐다. 연초 부동산 경기침체 우려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1년 넘게 이어온 전세가 상승, 가까운 미래의 공급난 우려, 그리고 금리인하 기대에 갈아타려는 실수요까지 더해져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그 중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빌라,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수요의 아파트 쏠림이다. 전세사기 이후 벌어진 '빌라 포비아'로 아파트 전월세를 밀어 올렸고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요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세사기로 비아파트 인허가 호수는 '21년 12만2000호에서 지난해 4만7000호, 서울만 놓고 보면 3만호에서 4000호로 급감해 공급도 얼어붙었다.
비아파트는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담당한다. 수도권 아파트는 중산층이 주로 찾는 주거 형태이지만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서민이 주로 찾는다. 아파트 부족보다 비아파트 공급 부족이 더 뼈아픈 대목이다.
아파트 쏠림에 따른 집값 정상화, 서민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빌라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회복되고 공급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조치는 명확하고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시장 참여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고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확대 방안에는 신축매입임대 확대안이 담겼다. 공급 부족이 심각한 서울에는 물량 제한을 두지 않고 집중 매입한다. 한 해 인허가에 맞먹는 총 11만호 이상의 신축 빌라, 오피스텔을 내년까지 공공이 매입하고 임대주택으로 공급해 시장을 정상화한다. 이 중 LH가 담당하는 물량은 10만호가 넘는다.
신축매입임대 물량이 일시에 늘자 일각에서 고가매입 우려가 제기됐다. LH는 가격 검증단계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늘려 객관성을 강화했다. 지난해부터 2곳의 전문 감정평가기관이 산정한 가격을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감정평가심사위원회)가 검증한다. '100호 이상 신축매입'의 경우는 올해에는 더 세분화된다. 토지비는 산정방식은 동일하나 공사비는 조달청 방식으로 산출하고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가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객관성을 높였다.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심리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점진적인 정책'은 약발이 들지 않는다. 신축 물량 확대와 함께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LH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관련 조직과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설계, 조기 착공, 시공 품질관리까지 신축 지원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준공까지 소요기간이 9개월 단축될 걸로 예상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신축매입임대 확대'와 '신축 주택의 신속한 공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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