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BC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나이키는 이날 존 도나호 CEO가 10월13일자로 사임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CEO는 엘리엇 힐 전 소비자·시장 부문 사장이라고 밝혔다. 힐은 32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하다 2020년에 은퇴한 베테랑 임원으로 10월14일 정식 CEO 자리에 오르고, 나이키 이사회 및 집행위원회 위원도 겸직할 예정이다. 도나호 CEO는 이사회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나 내년 1월까지 회사 고문으로 남아 인수인계를 지원한다.
나이키는 최근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 둔화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며 CEO 교체 압박에 시달려 왔다. 2024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125억달러(약 16조6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하락했다. 회사 매출의 68%를 차지하는 신발 부문 매출은 4% 떨어졌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와 금융위기(2008~2009년)를 제외하면 2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과 외신은 도나호 CEO 합류 후 나이키가 선택한 판매 전략 변화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던 2020년 초 나이키에 합류한 그는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변화에 맞춰 판매 방식도 바꿨다. 그는 풋락커, 메이시스 등 오래된 도매 협력사와의 관계를 끊고, 나이키 자체 매장과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또 한정판 운동화 판매로 매출 증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CNBC는 짚었다. 모닝스타 리서치의 데이비드 슈워츠 수석 분석가는 "나이키는 수년에 걸쳐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를 끊었고, 일부 제품(생산)을 철수했다. 이로 인해 운동화 등 신발 소매업체들 사이에서 나이키에 대한 악감정이 생겼다"며 업계 경험이 없는 도나호를 CEO 자리에 앉힌 것이 현재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시메온 시겔 애널리스트는 "(나이키의) 새로운 CEO는 회사에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젠슨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의 아담 칼라마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힐은 (나이키의) 전략적 재설정과 문화적 부흥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슈워츠 분석가는 "신임 CEO의 첫 번째 과제는 그간 무너진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나이키처럼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스타벅스는 지난달 13일 미국 치폴레 멕시칸그릴의 브라이언 니콜 CEO를 차기 CEO로 선임한다는 발표를 한 뒤 주가가 급등했다. CEO 교체 발표 당일 주가는 1992년 상장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24.50%)을 기록하며 발표 이전까지의 올해 주가 하락률(19.77%)을 모두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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