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국민권익위원회가 20일 개최한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공개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 "조건부 면허제도와 보행자 안전시설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조건부 면허 발급 대상으로 고령자를 포함해 신체적 장애·정신적 질환 등으로 인한 적성검사 탈락자, 운전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느끼는 운전자 등을 꼽았다.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은 운전자는 낮에만 운전을 하거나, 하루 평균 100㎞ 이내로 운전 거리가 제한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위험한 고속도로 운행 등도 함께 제한해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조건부 면허는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계속 운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이 면허를 반납하는 경우 모두 동일하게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보다 75세 이상은 15만원, 65~74세는 5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일본은 고령 인구가 28.9%인데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만명당 2.7명이고, 독일은 고령 인구 비중이 22.1%,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만명당 3.3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고령 인구가 18.4%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10만명당 6명인 걸 보면 관리만 잘 한다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차량을 지원하고,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 갱신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본의 경우 2017년 고령 운전자 사고 방지를 위한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교체를 지원했다"며 "그 결과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고령자 차량의 10만대당 인명사고 건수가 일반 승용차보다 41.6% 감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린이가 통학하는 모든 길을 어린이보호구역처럼 운영하고, 도로 외 구역에서도 운전자의 안전운행 의무를 추가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 주요 12개 위법행위를 제외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처벌을 특례하는 법령은 전 세계 우리나라만 운영하고 있다"며 "교통사고를 과실로 보는 시각을 갖게 만들어 교통안전 수준의 향상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폐지하고 형법에 따라 처벌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모든 신차에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부착이 의무화됐으나 중고차 및 기존 차량에 장치를 장착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라며 "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선진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면허와 적성검사 활성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와 권익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석준 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장은 "매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중 교통 분야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에 대한 민원 등이 제기된 만큼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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