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다시 한 번 빛난 백종원의 가치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09.20 09:00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제작 발표회에 나선 백종원은 현재 자신이 고정 출연하는 예능은 tvN '백패커'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체감되는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재방송을 통해 백종원의 모습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백종원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백종원은 '흑백요리사'를 통해 다시 한번 방송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실력은 있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80인의 요리사는 흑수저가 되어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증명한 20인의 요리사에게 도전하는 방식이다. 철저하게 계급주의적인 시스템을 채택한 '흑백요리사'는 기존의 음식 예능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장 대결해보고 싶은 요리사'이자 '가장 피하고 싶은 요리사' 백수저 에드워드 리를 바라보는 흑수저 고기깡패의 소년같은 눈빛은 백수저 요리사와 흑수저 요리사 사이의 간극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모두에게 도전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흑수저 요리사들은 도전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비기를 선보이며 상위 20인에 들어야 한다. 반면 이미 자신을 증명한 백수저 요리사는 이들을 위에서 내려다본다.


/사진=넷플릭스


다만, 100인의 참가자들의 실력만큼은 모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들을 심사하는지가 중요하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은 외식경영인 백종원과 셰프 안성재가 나선다.


계급으로 구분 짓기에는 어렵지만 두 심사위원 역시 각자의 계층을 대표한다. 안성재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미슐랭 3스타 래스토랑의 오너셰프다.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미슐랭 3스타가 가지는 가치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는 요리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반면,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백종원은 그보다 더 대중적인 입맛을 겨냥하는 사업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많은 참가자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백종원 본인조차도 이러한 인식을 모르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 구도 역시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흑 백종원과 상대적으로 고급진 입맛을 겨냥한 백 안성재가 양립하는 구도로 그려진다.





/사진=넷플릭스


그러나 백종원이 단순히 대중적 입맛만을 겨냥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봤다는 자신의 해명 아닌 해명처럼 백종원은 참가자들이 혼을 갈아 넣어 만든 각자의 성명절기 속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파악한다. 자신이 한 노력을 알아줄지 걱정한 참가자의 고민이 무색하게 '요만한데 이만한 맛이 있다'는 한 줄의 평가로 모든 것을 대변한다.



2라운드 대결에서도 백종원의 능력은 빛난다. 계급을 지켜야 하는 백수저와 계급을 쟁취하기 위한 흑수저의 1대1 대결 심사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이뤄진다. 아주 좋은 음식은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마지막에서야 입으로 맛을 보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블라인드 미션은 그중 하나를 앗아간 셈이다. 오로지 코와 입만으로 음식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백종원은 기가 막히게 재료는 물론 요리 방식까지 파악하며 출연자들의 의도를 해석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백종원의 해박한 지식만큼이나 빛나는 게 있다면 바로 음식을 맛본 후의 리액션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본 후 짐짓 놀라며 갸우뚱하는 모습은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이 이런 리액션을 기대하는 순간 백종원은 여지없이 자신의 리액션을 뽐낸다. 그리고 이 지점이 '흑백요리사'를 다큐가 아닌 예능으로 만들어 준다.


백수저 최강록, 최현석이나 흑수저 승우아빠처럼 미디어에 익숙한 참가자들도 있지만, 계급 구도를 지키고 뺏는 싸움에서는 평상시처럼 예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면 바로 심사위원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안성재는 깐깐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심사평으로 자신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보여준다. 다만, '채소의 익힘 정도'로 대표되는 그의 전문적인 기준은 쉽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반면 백종원은 이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에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리액션을 첨가하며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제작진은 이러한 백종원을 두고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닌 백종원이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요리에 관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대중이 받아먹기 쉽게 치환하는 백종원의 가치는 이번에도 빛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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