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당국은 두 번째 폭발로 이날 베이루트 교외와 베카 밸리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4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에는 호출기 동시 폭발로 12명이 사망하고 2800여명이 다쳤다.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어떤 전자장비도 안전하지 않다고 보고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일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체 통신망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정교한 공격으로 악명이 높다. 전자기기 폭발 작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폭발 기기의 광범위함과 피해 규모가 이번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 이같은 대규모 폭발작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위장기업을 차리고 수년에 걸쳐 현대판 '트로이 목마'를 준비했다.
18일 폭발한 워키토키는 일본 아이콤(ICOM)사의 라벨이 붙은 IC-V82 모델이다. 그러나 해당 모델의 생산은 이미 2014년에 중단됐다. 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휴대용 무전기를 전날 폭발한 호출기와 거의 같은 시기인 5개월 전에 구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7일 폭발 사고의 경우 헤즈볼라가 주문한 5000개의 호출기에 폭발물을 심어놓고, 이스라엘 스파이가 이스라엘로 입국하기 전 원격으로 폭발시켰다. 18일 워키토키 폭발도 비슷한 방법으로 감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49세의 여성과학자 크리스티아나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가 2022년 설립한 BAC컨설팅은 이스라엘의 정보 기관이 수년 전부터 준비한 위장 기업이다. 일반 개인이 아닌 헤즈볼라를 타깃으로 호출기를 제작했고, 제품에 PETN(폭발성이 강한 유기화합물)을 집어넣어 언제든 터트릴 수 있게 했다.
폭발 사건 몇 시간 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스라엘군 98사단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북쪽으로 이전시키면서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병력, 자원, 에너지를 북부에 재배치하고 있다는 뜻으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레바논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전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번 전자기기 폭발 참사로 헤즈볼라의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랍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호출기 폭발에 대응하기 위해 20일 회의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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