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2',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감동의 파노라마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9.19 09:54

과도한 자극의 시리즈물들과 차별화되는 웰메이드 수작

사진=애플TV+


‘파친코’를 즐길 시간이 돌아왔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2년 반에 시즌 2를 공개하며 ‘파친코’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4대에 걸친 한인 수난사를 그린 드라마 ‘파친코’는 시즌 2로 이어지면서 과도한 자극으로 피로감을 유발하는 OTT 장르물과 확연히 다른 위치를 점한다. 진실한 이야기와 정교하게 짜인 연출을 보면서 이 드라마의 강한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는 넓은 시야로 삶을 바라보게 한다. ‘파친코’는 고자극 드라마가 아니라 고품격 드라마다.


2002년 공개된 ‘파친코’는 여러모로 화제의 드라마였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고, 애플TV+가 제작비 1천억 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이 기대감을 키웠다.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한국어 드라마’이자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드라마’여서 특히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개 후에는 각본가 겸 총괄 제작자 수 휴와 총괄 프로듀서 테레사 강, 연출을 맡은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등 한국계 미국인 제작진이 정성을 기울여 만든 작품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원작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택한 드라마 ‘파친코’는 시대를 교차하는 편집과 새로운 이야기, 빼어난 영상미로 원작 소설 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한국 이민자 역사를 가족의 인생사로 풀어내며 보편적인 공감을 얻었고, 그 결과로 미국 방송상인 ‘피버디상’, ‘크리스틱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포함해 11개 시상식을 석권했다.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은 2022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다시 오르며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 독자들이 선정한 ‘2002 올해의 소설’로 꼽히기도 했다.


‘파친코’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 8화는 드라마가 끝나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이주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노년까지 삶을 ‘견뎌낸’ 한국 여성들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와 실제 선자‘들’의 인생이 포개지면서 코끝이 시큰한 여운을 안겨주었다. ‘파친코’ 시즌 2에선 모진 삶을 견디는 여성들과 자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45년의 젊은 선자(강민하)와 동서 경희(정은채)는 생계를 꾸리며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를 함께 보살핀다. 1989년의 선자(윤여정)는 새로운 친구 가토(쿠니무라 준)를 만나고, 모든 것을 잃은 손자 솔로몬(진 하)은 재기를 노리며 복수를 계획한다.


애플TV+


‘파친코’ 시즌 2의 주요 인물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젊은 선자는 옛연인 고한수(이민호)와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게 휘둘리거나 의존하는 삶을 살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다. 경희는 고한수의 심부름꾼 김창호(김성규)와 깊은 사이로 발전하는데, 수동적 여성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새로운 인연을 만난노년의 선자와 주변 인물들과 얽힌 솔로몬 또한 관계를 스스로 결정한다.



이번 시즌 2에서는 선자의 첫째 아들 노아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 원작 소설에서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인 노아는 어린 시절부터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으며 목사인 아버지 이삭(노상현)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목격했다. 슬픔과 상처를 속으로 삼키던 소년이 자신의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를 모두(가족, 독자, 시청자)가 바라지만 ‘기구한 운명의 장난’에 그 역시 예상치 못한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 노아의 사연은 시즌 3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친코’ 시즌 2의 연출은 세 명의 감독이 이름을 새롭게 올렸다. 에피소드 1,2는 화제의 영국 드라마 ‘친구들과의 대화’ 에피소드 연출에 참여한 리앤 웰햄 감독이 맡아 한층 깊어진 극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에피소드 3,4,5를 연출한 아빈 첸(진준림)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작품이 소개되며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대만 감독으로, 선자 가족의 시골 생활을 수려한 영상미로 담아냈다. 청년 노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에피소드 6,7,8은 일본 영화 ‘악인’(2011), ‘분노’(2017), ‘유랑의 달’(2023) 등을 연출한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맡아 캐릭터를 파고드는 특유의 힘 있는 연출력으로 작품성을 끌어올린다.


사진=애플TV+


윤여정, 이민호, 강민하, 정은채 등 시즌 1의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는 한편,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도 눈에 띈다. 김성규가 경희를 연모하는 김창호로 등장해 극을 뜨겁게 달구고, 한국 영화 ‘곡성’(2016)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윤여정의 상대역으로 나와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소년 노아 역의 김강훈과 청년 노아 역을 맡은 강태주의 외모와 연기력은 신선하면서도 믿음직스럽다. 어린 모자수를 연기한 권은성은 귀엽고 깜찍한 연기 덕분에 벌써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능 있는 아역 배우의 발견이다.


등장인물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는 드라마 ’파친코‘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다. 시즌 2의 새로운 오프닝은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미국 밴드 그래스 루츠의 ‘Wait A Million Years’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 성격과 그들이 마주하는 운명과 상관없이 한데 어울려서 춤판을 벌인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버티는 모든 인생을 응원하는 춤사위처럼 느껴진다. 8화 마지막에 흐르는 로제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들으면 드라마 ‘파친코’가 주는 의미가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임을 확실하게 깨달을 것이다. 지난주까지 총 8화에서 4화까지 공개한 ‘파친코 2’는 오는 10월 11일까지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애플TV+를 통해 공개한다. 계획대로라면 드라마 ‘파친코’는 시즌 4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드라마 ‘파친코’도 계속된다.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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