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최씨 일가는 곧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공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동업자로서의 장씨 일가 지분도 '특수관계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시했지만, 이제부턴 최씨 일가 측의 지분만 특수관계자로서 별도 공시한다는 뜻이다.
이미 양측 동업 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대량보유상황을 다시 정리해 공시하는 건 의무사항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공시를 기점으로 최씨 일가가 본격적으로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가 진행 중일 경우 특수관계자는 별로도 주식을 사들이지 못한다. 현재 구도대로라면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와 MBK측의 주식 공개 매수에 대응 매수로 맞설 길이 막혀있다. 하지만 곧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최씨와 장씨 일가의 특수관계가 해소되면 최씨 일가가 주식 매수에 나설 근거가 생기게 된다.
최씨 일가가 이를 발판으로 실제 주식 매수에 나설 경우 장씨 일가와 MBK의 주식 공개매수 선언 후 진행된 양측 갈등은 본격적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든다. 양측은 추석 연휴기간 고강도 여론전을 주고받았다. 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측과 고려아연 생산설비가 있는 울산 시장 등 지역 정치인이 '적대적 M&A', '고려아연 해외매각 가능성' 등을 지적하자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최씨 일가 측은 다시 MBK와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공세의 수위를 올렸다.
양측 갈등이 지분 힘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관건은 자금력이다. 현재 최씨와 장씨 일가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34%, 33%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씨 일가는 지분율을 최소 6.05% 추가로 확보해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장씨 일가와 MBK측은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중이다. 최소 8000억원대에서 2조원 까지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고려아연 지분 17% 이상을 들고있는 현대차, 한화, LG 등의 입장도 양측 경영권 샅바싸움의 향배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최윤범 회장은 배터리 소재,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 확장을 위해 이들 대기업과 손을 잡고 지분을 유치한 상태다. 세 기업은 최씨 일가의 백기사로 분류된다. 세 기업이 우호지분 확대에 나서면 이번 경영권 싸움의 승기는 최씨 일가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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