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부터 IPO 성공 기업까지…사내정치 '이걸'로 막았다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 2024.09.22 09:00

[스타트잡]스타트업 조직규모별 HR 담당자 4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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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윤명훈 원티드랩 피플팀 실장, 윤승현 트래블월렛 최고운영책임자(COO), 주병준 모니모니 피플팀 리드, 이송이 펫닥 인사팀장 /사진=원티드랩 제공
제한된 자원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있어서 사람의 가치는 매우 크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그야말로 '인사가 만사'다.

상당수 최고경영자(CEO)들은 스타트업에 있어서 투자유치보다 채용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사람이 모이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이와 맞물려 투자유치도 따라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빠르게 인재를 뽑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난다. 기존 팀과 조합이 맞지 않아 팀웍을 저해하거나 특정 분야 인력을 과잉·과소 채용하는 현상 등이다. 신중하게 뽑자니 회사의 성장 속도가 지체되고 서둘러 뽑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진다.

스타트업이 '인사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성장 단계에 맞는 채용 전략과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라고 인재관리(HR)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단순히 영어 이름으로 소통하거나 독특한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업무방식에 조직문화를 녹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초기 단계(10~50명) △성장 단계(50~100명) △확장 단계(100명 이상)에 있는 스타트업의 HR 담당자들로부터 스타트업의 각 단계별 HR과 관련된 고민과 현안을 들었다.

이번 HR 간담회에는 주병준 모니모니 피플팀 리드(30명 규모), 이송이 펫닥 인사팀장(50여명), 윤승현 트래블월렛 최고운영책임자(COO, 100여명), 윤명훈 원티드랩 피플팀 실장(17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원티드랩이 운영하는 HR 팀장 대상 커뮤니티 'HR 리더스' 소속이다.


기업별 조직문화는 어떤가


(왼쪽부터)윤승현 트래블월렛 최고운영책임자(COO), 주병준 모니모니 피플팀 리드, 윤명훈 원티드랩 피플팀 실장, 이송이 펫닥 인사팀장 /사진=원티드랩 제공
▶주병준(주): 인원규모가 적어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다. 빠름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 과정이다. 기존 인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던 방식에서 지금은 뾰족하게 구분해 일하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있다. 각자가 높은 책임감을 갖고 있어 때때로 '사일로'(부서 이기주의)를 겪기도 한다. 업무를 회사 입장에서 잘 구분해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송이(이): 현재 신규 인력이 60~70% 수준이다. 우리는 기존 것을 덜어내고 체계화하는 단계다. 한 사람당 직무 설정도 1~2개로 명확하게 하고 전문성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팀 구분이 잘 되어 있고 직무별 역할과 책임(R&R, Role and Responsibility)이 나뉘어 있어 사일로 현상은 없는 상태다.

▶윤승현(윤): 트래블페이 서비스 활용이 급증하면서 회사도 2022년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해 여름에 30명대 규모에서 지난해 초 50명대, 현재 100명 규모의 회사가 됐다. 회사의 성장, 매출 성장과 맞물려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역량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윤명훈(훈): HR 측면에서 더욱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노력을 많이 쏟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계를 만들었다가 다시 체계를 간소화하는 등의 절차를 반복하고 있다. 사업도 장기·단기로 나눠서 리소스를 할당하고 그에 맞는 기능 조직의 모양새를 갖고 있다. 최적의 인건비 구조와 인원 할당, 체계에 대해 고민을 계속해 나가는 시기다.


소통 방식은 어떤지


윤승현 트래블월렛 최고운영책임자(COO, 왼쪽)와 주병준 모니모니 피플팀 리드 /사진=원티드랩 제공
▶주: C레벨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한다. 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롭게 같이 놀기도 하고 일도 편하게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모든 구성원이 마치 자신의 회사처럼 일을 한다. 이 서비스가 좋고 서비스를 더 성장시키고 싶어 회사에 합류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훈: 임직원과 경영진이 수평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서로 대화하는 게 어렵지 않다. 모두가 CEO처럼 일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충분한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엄격하게 근무시간을 체크하지 않는데도 자진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윤: 주간회의 같은 회의 자료를 모두 노션에 올려 전체 구성원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각 본부별 C레벨들의 업무지시가 명확하고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외에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등은 극도로 지양하는 문화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주어진 시간에 몰입해서 일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30~50명 규모 때 기존·신규 인력 간 이견이 있었으나 엄격한 채용 기준을 세운 뒤 채용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많이 줄었다.


▶이: 사내 상주견과 상주묘가 있다. 유기견·유기묘를 입양해 회사에서 키우는 중이다. 이들 두 마리를 통해 조직이 하나가 되고 화합하는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업무적으로 이슈가 생겼을 때 큰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놀랄 수 있으니, 가급적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하며 소통·배려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회사 조직문화의 강점을 꼽자면


윤명훈 원티드랩 피플팀 실장(왼쪽)과 이송이 펫닥 인사팀장 /사진=원티드랩 제공
▶윤: 2022년 이후 입사한 사람들이 80%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을 시켜보겠다는 사람들이 주로 들어왔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출시하고 선도하다 보니,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도전적인 조직문화가 있다.

▶주: 우리가 '썸원'이라는 커플 대상 다이어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커플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상 없던 상황에서 사랑 관련 서비스를 하는 유일한 회사다. 그렇다 보니 사내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사랑 관련 책을 읽고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연애상담을 회사에서 적극 지원해 주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비스에 반영시킨다. 규모가 100~200명 단위가 되어도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

▶훈: 데이터 드리븐 문화가 강하다. 웬만한 팀에 한두 명씩 SQL(데이터 처리를 위한 구조적 쿼리 언어)을 달아서 직접 데이터 쿼리를 짜고 뽑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결정을 할 때 직관적으로 하기보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한다. 회사가 어떤 일을 할 때 얼마의 임팩트가 있는지 추정해서 임팩트가 큰 것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데이터 중심의 문화가 있다.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사진=마이크로 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이: 펫닥은 반려동물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며 개척해 나가고 있다. 시장을 넓게 바라보고 있다 보니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온다고 하면 적극 채용할 의사가 있다. 뛰어난 역량도 좋지만 반려동물의 생애를 이해하는 사람,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키워본 사람, 안 키워봤다고 해도 유기견 등에 관심갖고 있는 사람을 뽑고 있다.

▶훈: 성장 마인드셋이 강하고 프로페셔널하면서 린(Lean) 하게 실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을 찾고 있다. 특별한 게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없던 경험을 가진 인재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해서 뽑는다기보단 우리에게 없던 역량과 경험을 통해 더욱 다양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기업공개(IPO) 때까진 동질적인 집단이 유리하지만 IPO 이후에는 성장이 정체돼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다.

▶주: '모니모니 시무 8조'라는 것이 있다. 문제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제안도 같이 하자는 것이 1조다.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파악은 잘 하지만 대안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같은 스타일이 업무든 라이프 스타일이든 몸에 배어있으면 좋겠다. 억지로 연습하지 않아도 이것을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

▶윤: 성장을 위한 마인드셋과 전문역량이 없으면 1차 면접에서 통과하기 어렵다. 어떤 프로젝트를 같이 했다고 말하는 사람보단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자기 커리어의 주인인 사람이 합격률이 높다. 오히려 대기업 출신들이 탈락하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사내 정치는 없나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훈: 우리는 뒤에서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앞에서 말하는 게 낫다는 문화다. 뒷담화가 나오는 것은 경영자한테 말을 하지 못해서인데 우리는 그런 소통이 어렵지 않다. 사내 정치가 되려면 정보가 차단되거나 접근성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기 때문에 사내 정치가 생기지 않는다.

▶이: 매출을 비롯한 모든 데이터를 상장사처럼 직원들에게 모두 공유한다. 이렇게 공유해야 월 목표치 등 각 팀의 방향성을 설정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직원들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도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채널을 만들어 놓았다. HR 파트에서 최대한 답변하고 대표가 직접 답해야 할 사항이라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도 갖는다. C레벨들이 따로 방을 쓰지 않고 언제든지 소통 가능하다보니 사내 정치가 있을 일이 없다.

▶주: 우리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알겠지만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어떤 회의를 한다고 하면 미팅 노트를 모든 팀원이 볼 수 있도록 전체 공개하는 등 정보공유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누군가는 노트에 덜 적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사내 정치가 생기지 않는다.

▶윤: 사내 정치의 전제조건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히 안다면 이런 사내 정치는 전혀 효과가 없다. R&R을 명확히 나누고 상시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하니 협업이 활발해지고, 자신이 더 일하겠다고 싸우는 경우는 생겼지만 사내 정치는 없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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