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덮고 넘어가자" 이런 일 막는다?…금투업계 '늑장보고' 칼 빼나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 2024.09.19 08:00

[MT리포트] 밸류업의 출발, 자본시장 내부통제 (上)

편집자주 | 자본시장 가치 제고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시장 발목을 잡는 금융투자업계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화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낮추는 금융사고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무수한 지적에도 부실한 통제가 이어지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매주 1건꼴로 금감원 제재 받는 금투업계…칼 빼든 당국



금융투자업계-금감원-제재-통계(수정)/그래픽=최헌정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에 내부통제 장치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 불공정 행위 엄단을 주문했지만 실패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매주 1개 이상의 증권사가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경쟁과 수익에 경도된 업계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올해 2월16일까지 약 4년간 금감원의 증권사에 대한 공식적인 제재 공시는 641건에 달한다. 이는 '제재' 외에도 경고 조치 성격인 '개선'과 '경영유의'를 포함한 수치인데 해당 기간 평균적으로 2~3일에 1건 꼴로 증권사들이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개선과 경영유의를 제외한 제재만 해도 263건에 달한다. 매월 5.3건 꼴이다. 산술적으로 매주 1개 이상의 증권사가 금감원의 제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업무 개선방안 불합리에 따른 개선 조치부터 자본시장법 조항 위반으로 인한 제재까지 크고 작은 자본시장 규정 위반과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금투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의 금융투자업 제재 공시 유형 중 중복되는 것을 제외해도 144개의 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 내역을 보면 대표적인 내부통제 실패 사례인 형법상 횡령죄부터 업계 기본법인 자본시장법 위반까지 다양하다. 또 자본시장법 위반에 비하면 소수이긴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과 신용정보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다양한 법규 위반 사례들도 눈에 띈다.

대규모 자금거래가 이뤄지는 금융권은 제조업에 비해 내부통제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의 내부통제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일단 상품과 업무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고 부서도 세분화 돼 있다. 금융투자업체(금투협 회원사 기준)가 400개를 넘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신상품은 한발이라도 빨리 출시해야 성과를 낸다. 여기에 법규까지 촘촘하니 미처 점검하지 못하는 이슈들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만 회피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반면 은행업은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것이 경제 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수 있어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증권업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금융사 내부통제 실패 사례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 자리에서 이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 내부통제 부분은 이번에 여러 사건과 책무구조도 도입을 계기로 환골탈태 한다는 심정으로 개선, 감독해 나가겠다"며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에 결국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조치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내부통제 고심하는 금감원…늑장보고도 처벌해야하나




금감원의 금융사고 예방 위한 내부통제 강화 계획/그래픽=이지혜
금융투자업계 내부통제 강화는 올해 금융당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간 여러 제재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특히 적시 보고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에서는 보고 미흡에 따른 처벌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 된다고 보고 개선을 고심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자본시장 업무계획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올해 초 업무설명회에서도 금감원은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금융사고 적시 보고를 강조했다. 보고 기피가 적발되면 사례를 공유하고 금융사들의 보고를 적극적으로 지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사고 보고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 5장 '내부통제 및 금융사고 보고' 부분에 명시된 금융사들의 의무다. 규정 제 41조 1항은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이나 소속 임직원 이외의 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는 이를 즉시 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 의무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초 금감원 점검에서도 보고 기피 사례가 다수 적발됐고 지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보고에 따라 금감원 검사와 제재가 이어지는 만큼 내부적으로 판단해 미미한 사고는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금투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한 강제성이 낮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즉, 보고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등 강제수단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법이나 상호저축은행법 등에는 보고해야 하는 금융사고의 대상과 금액이 명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 내에서 처벌이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처벌 및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초부터 금투업계 금융사고 보고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개선 작업에 나섰다. 처벌 규정 신설 등을 포함해 내실 있는 금융사고 보고 문화를 정착시킬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특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타 업권을 관할하는 법률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세부작업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책 대상으로 삼을 금융사고 규모나 금융사의 규모 등 여러 쟁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의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인 만큼 하반기 내에는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제재 규정은 그냥 감독 규정이다 보니 문책을 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데, 개별 업권별 차이가 커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금감원 차원에서 여러 법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금융위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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