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세계가 바라본 방과후학교

머니투데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 2024.09.19 02:05
배상훈 교수(성균관대 교육학과-교무처장)

세계 방과후학교 학회에 다녀왔다. 유럽의 스웨덴, 독일, 덴마크, 스위스부터 남반구의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모였다. 나라마다 교육적 필요나 맥락은 달랐지만 방과 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분명했다. 방과후학교가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잡았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방과후학교 선진국이다. 이번 정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돌봄을 늘리는 '늘봄학교' 도입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세계 학회는 우리 방과후학교의 발전을 위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아동의 권리'(child's right)에 관한 논의였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돌봄 참여에서 아동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놀이'(free play)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다. 놀이과정에서 교사와의 교감, 또래와의 상호작용, 역할과 책임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어른 관점에서 '처방된'(prescribed)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인격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할 아동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 때 학생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학생의 흥미와 필요에 초점을 둔 '맞춤형 교육'을 지향했다. 하지만 교육적 무책임이나 방관으로도 비칠 수 있는 학생의 '놀 자유와 권리'까지 포용하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학생의 '웰빙'(well-being)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웰빙은 허울 좋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학생의 권리라는 발표가 학회기간에 계속 귀에 맴돌았다.

학습 생태계의 변화와 교육자집단의 다원화도 제기됐다. 대부분 나라에서 방과 후 활동에 지역사회와 학교 밖 전문가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었다. 우리도 로봇, 드론,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과후학교에 개설되고 관련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학교와 교사에게만 미래세대의 교육을 떠맡기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외부강사의 자격이다. 학회 참석자들은 외부강사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넘어 '교육자로서' 필요한 지식과 품성을 갖췄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전문가라고 해서 아무에게나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에서 안전(safety)을 중시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참석자들은 신체적 안전을 넘어 정서적 안정, 어른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변화를 꾀하는 우리 방과후학교가 새겨들을 중요한 교육원칙이다.


교사와 방과 후 강사의 협업, 정규수업과 방과 후 활동의 연계방안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학생의 균형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장선생님과 방과후학교 담당교사가 방과후학교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강사모집까지 책임진다. 학교마다 각양각색으로 운영되는 외국에 비하면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업무부담에 대한 보상 없이 헌신만 요구하는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방과후학교의 운영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정책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돌림, 학교폭력이 점차 많아지지만 그래도 학교가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은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우스갯소리일 수 있지만 학교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공기나 물은 널려 있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그렇다. 지역사회의 교육참여가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와 선생님의 소중함까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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