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집단폭발…"발열 아냐, 폭발물 몰래 삽입"[영상]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4.09.18 12:01

"배터리 등 문제 아닌 별도 물질에 의해 폭발"…
"문자 수신 알림 울린 뒤 폭발하도록 설정돼",
"해당 호출기 이란·시리아에 배포 가능성도"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호출기 동시 폭발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이송한 구급차가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 베이루트 의료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이번 폭발로 인한 부상자는 헤즈볼라 대원과 의료진을 포함해 1000명이 넘었다. /로이터=뉴스1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장단체 헤즈볼라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의 집단 폭발 사고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다만 정상 제품을 원격으로 폭발시킨 게 아니라 헤즈볼라가 산 대만 브랜드 무선호출기를 이스라엘이 중간에서 가로채 폭발물을 사전 설치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CNN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등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3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레바논 무선호출기 폭발 사고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폭발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에는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 보건부는 이날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중 최소 170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부상자 중 약 1500명은 헤즈볼라 대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등 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Gold Apollo)에 주문해 납품받는 것으로,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 이미 폭발물이 설치된 상태였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관리들은 "각 무선호출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약 28~ 56g)의 폭발물이 있었고, 이를 원격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된 상태였다"고 NYT에 전했다. 다만 골드아폴로 측은 해당 호출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쉬칭광 설립자는 18일 "골드아폴로 역시 이 사고의 피해자"라면서 유럽 내 이 회사 브랜드 사용 권리가 있는 업체가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국 당국자들은 "이 장치가 폭발하기 전 몇 초 동안 신호음이 울리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었다"며 "이날 오후 3시30분경 헤즈볼라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호출기에 수신됐고, 이 메시지가 (호출기 내) 폭발물을 작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이 신호음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발로 피해를 보았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손, 얼굴 등을 다쳤다고 지적했다. 보고에 따르면 피해자 일부는 손가락을 잃거나 눈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헤즈볼라는 앞서 올해 초 대만 골드아폴로에 3000대 이상의 무선호출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호출기 사용은 외부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제품에는 GPS 기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올해 초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무선호출기를 핵심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골드아폴로의 무선 호출기를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고, 일부는 전략적 동맹국인 이란과 시리아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헤즈볼라에 배송된 무선호출기 모델은 대부분 '골드아폴로 AR924'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영상 분석을 통해 이번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배터리 등 기기 결함과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별도 폭발물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이버 보안업체 위드시큐어의 미코 히포넨 연구 전문가는 "이런 유형의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선 호출기가 어떤 식으로든 개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폭발의 크기와 강도를 보면 단순히 배터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 /사진=X
일부 전문가와 외신은 이번 공격이 매우 정교하게 이뤄졌다며 헤즈볼라가 상당한 충격에 빠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약 40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중 이뤄진 가장 정교한 공격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분석가이자 텔아비브대학의 케렌 엘라제리 연구원은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의 핵심 통신 수단으로,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라며 "(공격 주체가)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렸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보안 및 위험 관리 컨설팅 업체인 르벡(Le Beck) 인터내셔널의 마이클 호로비츠 정보 부문 책임자는 CNN에 "(헤즈볼라 통신기기 공격에) 이 정도 규모로 이번 수법이 사용된 것은 처음"이라며 "만약 이번 공격이 모든 호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는 헤즈볼라의 호출기 공급망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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