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주담대 바짝 당긴 은행들, 앞으로 '월 단위' 관리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창섭 기자 | 2024.09.18 06:26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연간 경영 계획 대비 실적/그래픽=윤선정

실수요자의 '대출절벽' 원인으로 지목된 은행의 냉온탕식 대출 영업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이 은행별로 연간 대출 공급 목표액 뿐 아니라 월 단위로 공급액도 별도로 설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연간 이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급적이면 연초나 상반기에 연간 목표액 대부분을 채우는 식으로 대출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실제 일부 은행은 지난 8월말 기준 연간 목표액의 400% 가까이 대출을 채워 결국 9~10월부터 실수요자에게도 대출을 못하는 '대출절벽' 문제가 발생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월 단위 대출 공급 목표액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각 은행의 사정에 따라 연간 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자율적으로 설정 하되, 대출이 특정 시기에 쏠리지 않도록 월별로 적절하게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연초나 상반기에 가계대출을 한꺼번에 많이 해 놓으면 연간 기대할 수 있는 이자수익도 더 커질 수 있다"며 "연간 대출 목표액을 세우고도 대부분의 은행이 상반기에 일찌감치 목표액을 초과해 대출을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대출 쏠림 현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은행 스스로 월 단위로 대출 목표치를 별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도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1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특정 시점에 일률적으로 대출절벽 오해를 부르는 형태로 운영하기 보다는 체계적으로 내지는 '월 단위' 스케줄을 갖고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계대출 증가 추세와 관련해 각 은행의 포트폴리오 현황이나 전체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상황이 너무 차이가 난다"며 "어떤 곳은 많이 미달한 곳이 있고, 어떤 곳은 상반기가 좀 지나기 전에 훨씬 초과한 곳도 있는데 소비자가 대출절벽을 느낄 정도로 일률적으로 대출을 차단하는 건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이 공개한 지난 8월21일 기준 4대 시중은행 대출공급 실적을 보면 대부분은 연간 목표치를 이미 초과했다. 연말까지 아직 넉 달이 남았음에도 우리은행의 경우 연간 대출 목표치의 400% 가까이 더 공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은행도 137~155% 수준으로 평균 1.5배 가량 대출을 더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이달부터 전세대출이나 일시적 2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부 은행에서 빚어졌다. 우리은행은 유주택자에게 전세대출과 주담대 중단을 결정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간 목표액을 과도하게 초과해 대출을 한 은행에 사실상 '패널티'를 주겠다고 한 이후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은행 창구에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냉온탕식' 대출 영업 관행을 막기 위해 월 단위로 가계대출 증감액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은행들도 내년 대출 목표액을 설정할 때 월 단위의 세분화해 자금 스케줄을 짜야 한다. 금융당국은 다만 과거 2021년에 시행한 총량대출 관리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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