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삼일PwC RA(Risk Assurance) 그룹 총괄 파트너는 본지와 만나 "금융투자업계의 책무구조도 작성이 다른 업권에 비해 유독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 자체가 자금 흐름을 다루는 고위험 업종이어서 다른 산업에 비해 내부통제의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증권업은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만큼 통제의 부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임 파트너는 "은행의 경우 예금과 대출이 대부분으로 상품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증권사의 경우는 상품이 매우 복잡하고 파생상품이 결합된 경우도 많다 보니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업에서 일어나는 거래들을 모두 추적해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절차를 만들어 둬야 하는데, 이러한 특성상 적시성 있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상품을 바탕으로 내는 성과에 민감한 증권사의 업무 문화를 고려하면 내부통제를 자칫 놓칠 위험이 높다.
그는 "증권사의 경우 일반 은행에 비해 KPI(핵심성과지표)가 성과에 더 연동돼 있는 경향이 있다"며 "그것도 장기보다는 단기 성과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상품의 다양성은 책무구조도 작성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임 파트너는 책무구조도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복과 누락, 공백이 없어야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부문 대표제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각자가 어느 업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공백 없이 일일이 지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권사의 경우 상품이 다양한 만큼 조직이 복잡하고 이에 따라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기가 유난히 까다롭다는 평가다. 임 파트너는 세밀한 인터뷰를 통해 명확히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운용재산 20조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는 2025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사의 경우는 대형사가 2025년 7월, 중소형사는 2026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완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 파트너는 "이제 내부통제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경영진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삼일PwC는 올해 상장사의 리스크 예방 업무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여러 조직을 통합해 RA그룹을 출범시켰다. 내부통제, 포렌식, 전산, 외부감사 등의 단절됐던 부서들을 통합해 기업의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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