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을 빨리 느끼면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식사 직전에 식혜 100㎖(종이컵 반 정도)를 마시거나 사탕 한 알을 먹으면 과식을 막는 데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 당이 뇌의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흡수돼 뇌에서 포만감을 먼저 느낀다. 이 방법은 뇌를 속여 식욕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기전이다. 단,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에겐 이 방법이 권장되지 않으며, 이들은 식혜 대신 충분한 양의 물을 먼저 마시는 게 대안이다. 물은 칼로리가 없으면서도 위에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음식은 한입에 30번 이상 씹어야 한다. 오래 씹으면 침 분비량이 늘어나 소화력을 높일 뿐 아니라 씹는 행위 자체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줘서다. 식사를 시작하면 30분 정도 후에 포만 중추가 자극돼 '배가 부르다'고 느낀다. 30분간 천천히 나눠 먹어야 하는 이유다. 식탁에서 가급적 음식과 먼 거리에 착석하는 것도 과식을 막는 팁이다. 물리적으로 나와 음식과의 거리가 멀수록 음식을 떠먹는 행위를 자제할 수 있어서다.
점심에 먹은 음식의 포만감이 오래 가지 못하면 간식을 찾거나 저녁에 과식할 가능성이 크다. 기왕이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중 포만감을 오래 느낄 수 있게 하는 식단을 챙겨 먹는 게 어떨까. 단백질의 포만감 지속시간은 최대 4시간에 달한다. 반면 탄수화물·지방은 1~2시간에 불과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고지방·고당류 음식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뇌가 허기를 빨리 느끼게 해 식욕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명절 단골 메뉴 중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으로는 명태전·두부조림·소고기뭇국·LA갈비 등이 있다.
탄수화물을 과식하면 체내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살이 찌기 쉽다. 식사 후 송편을 곁들일 경우 탄수화물을 과식할 수 있다. 이럴 때 밥 대신 송편을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손여주 교수는 "음식을 개인 접시에 덜어 먹어 실제 섭취량을 파악하면 과식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릇 크기를 줄여보자.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같은 양이라도 더 많게 느낀다. 미역국의 경우 조갯살을 발라내기보다 조개껍데기째 국그릇에 넣으면 양이 많아 보이는 데다, 조갯살을 발라내느라 식사 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진다. 숟가락 크기를 줄이기만 해도 식사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수원여대·안산대·동덕여대 공동 연구팀은 대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성인용 일반 숟가락(부피 8.3㏄)과 어린이용 작은 숟가락(부피 4㏄)을 제공한 다음, 첫째 주엔 일반 숟가락으로, 둘째 주엔 작은 숟가락으로 식사(577.4㎉)하게 했다. 그랬더니 이들이 일반 숟가락으로 먹을 때는 13.6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작은 숟가락으로 먹을 땐 15.7분으로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파란색·보라색을 활용하면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본 도요대의 색채학자인 노무라 주니치 박사는 색깔에 대한 식욕 반응 연구를 통해 '식욕 스펙트럼'을 발표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색·주황색에서 식욕이 가장 상승했고, 노란색과 녹색이 그 뒤를 이었다. 황록색·파란색에서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색상에서는 식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빨간색·주황색·노란색 등 빛 파장이 길고 따뜻한 색은 긴장과 흥분도를 높여 식욕을 돋우고, 파란색·보라색 등 파장이 짧고 차가운 색은 긴장과 적대감을 낮춰 마음을 가라앉히며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된다.
빨간색이 식욕을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학생 225명을 대상으로 스파게티를 각각 흰 접시와 빨간 접시, 흰 식탁보와 빨간 식탁보에서 먹게 한 다음 식사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흰 접시에 먹은 그룹은 빨간 접시 그룹보다 식사량이 21% 더 적었고, 흰 식탁보에서 먹은 사람은 빨간 식탁보에서 먹은 사람보다 섭취량이 10% 더 적었다. 연구팀은 빨간색이 뇌의 감정 중추뿐 아니라 식욕 중추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명절 식탁에서 과식을 피하고 싶다면 파랗거나 보라색의 식탁보·식기류를 사용하거나, 여의찮다면 빨간색 식탁보·식기류는 가급적 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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