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과 협업 등을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개방형 혁신을 뜻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대기업과 정부 기관의 주도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견·중소기업 역시 생존을 위해 혁신기술 도입과 신사업 발굴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내부 인력과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혁신의 징검다리'인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에 애를 먹고 있다.
중견련 조사 결과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협업하고 있다'는 답변은 3.4%, '협업 검토 중' 5%, '협업 계획이 있다' 2.1%였다. 나머지 89.5%는 '협업하고 있지 않거나 협업 계획이 없다'였다.
이번 조사는 중견련이 국내 중견기업 323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5월10일부터 5월31일까지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업종, 기업유형,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해 다단층화추출로 표본을 선발했다.
매출 규모별로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경험은 확연하게 차이났다. 매출 규모 1조원 이상인 중견기업의 경우 '협업하고 있다', '협업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전체 28.5%에 달했다. 반면, 매출 규모 500억원 미만, 500억~1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서는 '협업하고 있다', '협업 검토 중'이라는 답변은 0%였다. 매출 규모가 크면 클수록 협업 경험과 의지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액셀러레이터(AC) 대표는 "우량 중견기업은 사내 유보금 활용 측면에서 대기업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중견기업의 낮은 인지도가 문제다. 낮은 인지도 탓에 협업 스타트업 모집과 정보 취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상대적으로 자본, 인력,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견·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기준과 M&A(인수합병)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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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차 중견기업-스타트업 기술 협심...뭉쳐야 '혁신' 한다
이 같이 협업 기회를 포착한 파나시아는 토즈와 함께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솔루션 '에스링크'(S-link)를 개발했다. 양사는 현재 원격 선박 사후서비스(AS) 프로젝트 '판 호크'(Pan-hawk)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상에서 설비가 고장나더라도 수리반을 급파할 필요없이 실시간 원격 수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토즈와 협업 이후 파나시아 사내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부산창경센터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사내 공모전을 추진하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임직원 보상정책도 마련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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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협업 가장 큰 걸림돌…'정보 부족'"━
오픈이노베이션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혁신기술 수요처인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을 열고, 스타트업을 모집하거나 직접 협업 대상 스타트업을 찾아나서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게 두 가지 방식 모두 쉽지 않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차모건 팀장은 "대기업과 비교해 브랜드에서 밀리다 보니 공모전을 통한 모집에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리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보 부족은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의지마저 꺾는다. 설문조사에서 협업 애로사항으로 정보 부족에 이어 '내부 의사결정(경영자의 의지)'(41.5%)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스타트업과의 접점이 없다보니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부산창경센터 관계자는 "파나시아처럼 직접 스타트업 정보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지 않는 한 협업은 어렵다"며 "우선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간 접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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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인력·보상체계 부재…OI 동력 떨어져"━
이 같은 불안감은 신사업 담당 부서 유무와도 연관이 있다. 신사업 담당 부서가 있는 회사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추진에 필요한 전담인력이 정해져 있다. 협업 결과에 대한 보상체계도 뚜렷하다. 반면 일반 사업부서가 스타트업과 협업해야 할 때가 문제다. 전담인력도, 보상체계도 뚜렷하지 않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메르세데데스-벤츠코리아 이승용 차장은 "일반 사업부서에 근무하는 임직원 입장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대부분 업무 외 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불확실한데다 보상체계 마저 뚜렷하지 않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나설 임직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사업 추진을 위한 부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중견기업은 전체 15.2%에 불과했다. 결국 일반 사업부서가 오픈이노베이션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사업 전담 부서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확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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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확대해야…즉시 전력감 기술에 관심"━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협업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도록 중견·스타트업 특화 펀드 조성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업에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제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기술'(53.9%), 비제조업의 경우 '인공지능(AI)'(40.4%)으로 집계됐다. 세부업종별로는 식음료품업은 '헬스·뷰티케어'(42.3%), 자동차·트레일러업은 '소재·부품·장비 기술'(90%)이 높게 나타났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신사업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 협업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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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 중견기업서 더 빛본다…규제풀고 지원 늘려야"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선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관련 규제 완화를 꼽았다. CVC를 통한 전략적투자(SI)가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장 대표적 방법인 만큼 이와 관련한 지원이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에 가장 큰 효과를 볼 것이란 이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규제는 일반지주회사가 설립한 CVC의 외부자금 출자 제한 등과 관련된 규제다. 2022년 개정된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하되 악용을 막기 위해 펀드 외부자금 출자비율을 40% 이하로, 해외기업 투자비율도 20% 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규제가 실효성이 낮고 중견기업들의 CVC 설립만 제한한다고 지적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자금 비율이 낮으면 오히려 CVC의 악용을 견제할 목소리가 사라지는 등 역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강신형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대기업들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CVC를 설립하거나 계열사로 직접투자를 하는 등 규제를 피해갈 방법이 많다"며 "대기업을 감독하려고 만든 규제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낮은 중견기업만 제약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들도 대부분이 중견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VC 설립 규제를 받는 일반지주회사는 164곳으로, 이중 62.2%(102곳)는 대기업집단에 해당하지 않는 중견기업이다. 강 교수는 "중견기업들이 단지 규제 때문에 CVC를 설립을 주저하는 것은 아니지만, CVC를 활성화하려면 해당 규제를 완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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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 위해서라도…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지원해야"━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당장 CVC를 설립하거나 PoC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순간에 과감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매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미 민관협력 방식의 오픈이노베이션 매칭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사업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에 집중돼있다. 중기부가 지난달(8월) 발표한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인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도 스타트업 발굴 대행, 협업 비용 2억원 제공 등 전폭적 지원이 제공되지만 참여 주체는 대기업으로 한정돼 있다.
업계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중견·중소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기업의 오너와 직접 소통하거나 실무적 성과를 내는 데는 중견·중소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이 더 효율적"이라며 "중견·중소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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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자자-인재 잇는다…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된 '이곳'
정 대표는 당시 인터뷰에서 "옹고잉 인력만 파견할 수 있냐는 요청이 올 정도"라고 배송원들의 성실성을 강조했다. 독자들은 "정말 아이디어 좋다" "눈물 난다"며 이 스타트업을 응원했다. 배송물품을 넘어 배송인과 그 소속기업이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기업을 충실히 소개한 매체 보도가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인 셈이다.
맥주 부산물로 에너지바 등을 생산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스타트UP스토리에 소개된 후 다수의 VC로부터 투자 의향을 전달받았다. 인사 및 고객관리 전자문서 솔루션 기업 자버는 보도 후 시중은행으로부터 의뢰를 받기도 했다.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서로 다른 기업과 기술을 매칭하는 '연결'에서 출발한다. 2021년 출범한 유니콘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창업가와 우수인력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스타트UP스토리'와 같은 콘텐츠 외에 국내 스타트업의 사업·재무·투자 정보를 축적한 '데이터랩'을 운영 중이다.
유니콘팩토리는 매달 업계 최고 전문가를 초청, 참석자들과 긴밀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네트워킹 세미나'를 자체 개최한다. 우리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디노랩'과 함께 해마다 데모데이, PR데이 등을 공동 개최하며 유망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다음달 17일 서울 코엑스에선 '그린비즈니스위크(GBW) 2024' 부대행사로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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