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양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반도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최근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DS(반도체)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조직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 왔고, 이번 개편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반도체연구소와 일선 사업부 개발실로 분리돼 있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의 개발 역량을 결집해 양산 부하를 없애는 것이다. 조직 간 원활한 '얼라인'(Align)은 반도체 개발부터 양산까지의 과정을 아우르는 핵심조건으로 꼽힌다. 같은 목표 아래 협업을 하는 만큼 서로 다른 조직간의 차이를 파악하고 일의 방향에 대한 이해도를 같은 수준에서 맞춰야 한다. 긴밀한 소통이 필수다. 조직 간의 높게 쌓인 벽을 허물어 한 차원 더 원활한 업무 공유를 꾀하기 위한 결단을 내린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초 개발 초기에 마지막 과정인 제조 상황까지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조직 간 얼라인이 잘 안되면 막상 제조 담당이 (제품을) 받았을 때 새롭게 개발하는 수준으로 변화를 줘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협업이 안될 경우 자칫 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정확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에 더해 비용과 경쟁력에도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전 부회장이 취임 직후 반도체 연구소를 겨냥해 "연구소가 거의 5년 논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할 때부터 예고됐다. 반도체연구소의 아전인수식 개발 문화를 근절하고, 처음부터 추후 과정인 개발(램프업)과 제조 분야를 고려하란 얘기다. 앞서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을 부서 간 칸막이로 지목하고 소통을 통해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7월엔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곳곳에 흩어져있던 HBM 인력들을 D램 개발실 산하로 모아 역량 집중을 노렸다. 최고기술책임자(CTO)산하 설비 개발조직을 반도체 연구소의 공정 기술 분야로 흡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전담팀을 사실상 해체하는 등 조직 개편을 거듭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단독]'전영현 특명'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개편…메모리 역량 모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