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이스X가 인류 최초로 우주 유영에 도전한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민간 유인 우주 탐사 시대를 예고했다. 유인 탐사가 이처럼 활발해진 배경엔 원숭이, 개, 쥐 등 인간을 대신해 우주로 향한 수많은 '우주 동물'이 있다.
러시아(구 소련)와 미국의 우주 경쟁이 심화하던 1950년대, 이른바 '우주 생체 실험'을 위해 각종 포유류를 탐사선에 실어 보내려는 시도가 앞다퉈 이뤄졌다. 본격적인 유인 탐사에 앞서 생체가 우주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동물의 몸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 것.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1998년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실험 동물은 단연 원숭이와 개였다. NASA는 주로 원숭이나 침팬지를, 러시아 우주국은 개를 택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달리 개를 실험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로켓 발사라는 강한 스트레스 환경 속에서 개가 원숭이보다 침착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주로 간 최초의 동물은 1948년 NASA의 'V-2 블라썸'에 탑승한 붉은털원숭이 '앨버트 1세'다. 하지만 앨버트 1세는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기도 전인 고도 64킬로미터(㎞) 지점에서 공기 부족으로 질식사했다. NASA는 1949년까지 앨버트 2세, 3세, 4세 등을 연달아 우주선에 태워 보내며 점점 더 높은 고도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모두 로켓 폭발이나 착륙 시 받은 충격으로 사망했다.
우주를 비행하고도 살아남은 최초의 동물은 '요리크'라는 이름의 원숭이로 알려졌다. NASA의 기록에 따르면 1951년 9월 뉴멕시코주 미 공군 기지에서 에어로비 로켓에 탑승한 요리크는 함께 탐사선에 실렸던 생쥐 11마리와 함께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 우주국이 우주로 보낸 동물 중 가장 유명한 동물은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라이카'다. 라이카는 길거리에서 주인 없이 살던 몸집 작은 개로, 엄격한 훈련을 거쳐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했다. 라이카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는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귀환 중 지구 대기권에서 폭발했다. 이런 극적인 삶 덕분에 라이카의 이야기는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1960년에 이르러 러시아는 개 2마리와 토끼, 쥐, 파리 등을 스푸트니크 5호에 태워 보냈다. 이들은 모두 우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에서 살아 돌아온 개 '벨카'와 '스트렐카'는 일약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2010년 러시아는 벨카와 스트렐카의 우주 비행 50주년을 기념해 우표를 발행했다.
한편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주 동물 실험은 NASA를 포함한 각종 우주 연구 기관에서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실험용 쥐 등 설치류를 대상으로 하지만, 초파리 유충 등 인간과 유사한 면역 체계를 가진 곤충류도 포함된다. 2040년 전후로 실현될 '우주 생활권' 시대를 대비해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골격, 생체 면역계, 신진대사 변화 등을 관찰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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