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파운드리, 美인력까지 철수…삼성 2나노 '빨간불'

머니투데이 전자팀  | 2024.09.11 18:16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의 2나노 수율 문제로 인력을 빼기로 결정한 것은 선단(첨단) 파운드리 차질을 의미한다. 빠른 공정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1위 TSMC보다 낮은 수율과 성능 등 양산 능력 부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도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공장의 인력 철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 공장을 4나노 이하 선단 공정 양산의 거점으로 삼고, 빅테크와 가까운 미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율 문제와 떨어지는 공정 성능, 장비 확보 등 문제로 양산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2026년으로 거듭 늦췄고, 결국 최소 인력만 남기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시행하는 반도체 과학법(칩스법) 수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예비협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선제조건인 공장 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TSMC는 일부 보조금을 지급받았으나 삼성은 아직까지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수율과 수주 상황 등에 따라 국내로 돌아왔던 인력을 다시 테일러 공장에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기는 불투명하다. 인력 숙련과 수율 개선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단시일 내에 파견은 어렵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시각이다.

/그래픽 = 김지영 디자인기자

이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은 50% 미만으로, 특히 3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안정적인 양산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 선단 공정 수율이 60~7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4나노 최선단 공정의 진입 목표 시점인 2027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주요 장비사인 ASML과 자이스를 직접 방문해 공정·수율 개선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는 50.8%포인트(2분기 매출 기준· TSMC 62.3%, 삼성전자 11.5%)로 예전보다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돌파구로 지목한 AI 반도체와 HPC(고성능컴퓨팅) 부문에서도 TSMC가 글로벌 1위다. 파운드리를 만드는 기반인 IP(설계자산)이나 공정기술, 하이 NA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도 TSMC보다 한 발 뒤처졌다.

빠른 공정 개발 속도보다 실질적 판매를 위한 양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앞세워 수주에 나섰으나, 빅테크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율과 성능에는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GAA 수율은 10~20% 수준으로, 수주는 물론 양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 내부에 팽배한 관료주의와 의사결정 속도, 낮은 처우가 파운드리 경쟁력 저하의 최대 원인"이라며 "20~30년 전보다 투자 시기가 늦어진 것도 경영진이 현실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므로 경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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