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K 손잡고 '10조 시장' 조준…'불타지 않는 ESS' 최초 개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09.10 15:55

(종합)

"셀이 터졌죠? 하지만 화재가 나지 않습니다.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 없습니다."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은 10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액침냉각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술'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SK엔무브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불타지 않는 ESS'의 실험 모습을 영상을 통해 공개하면서 한 말이었다.

실제로 ESS 내 셀들을 인위적으로 터뜨려도 주변 셀로 화재가 번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리튬이온배터리 모듈을 가득 채운 냉각 플루이드(절연액)가 불씨를 식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발열 대상을 비전도성 유체에 직접 넣어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은 공냉, 수냉 방식보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센터장은 "화재 자체를 내기가 힘들다"고 힘을 줬다. 화재의 차단 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냉각 플루이드의 경우 공기 대비 절연내압이 3.5배 높아서 화재가 예방이 된다"며 "냉각 플루이드로 내부를 완전히 채웠기 때문에 (화재의 원인인) 결로·먼지·부식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엔무브가 고품질 윤활기유를 활용한 액침냉각 시스템 전용 플루이드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리튬전지체계 기술을 바탕으로 ESS 시스템을 맡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잠수함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개발을 시작으로 관련 사업에 노하우를 쌓아왔다. 윤활유 업계의 강자 SK엔무브는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어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10일 진행한 '액침냉각 ESS 기술 설명회'에서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이 액침냉각 ESS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향후 양사는 친환경 선박용 ESS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선박용 ESS 시장은 2021년 약 21억 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약 76억 달러(약 10조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양사가 개발한 액침냉각 ESS 기술은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공급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주요 모델(SEAL)이 글로벌 인증 기관인 노르셰베리타스(DNV), 한국선급(KR)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친환경 선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화오션과 시너지를 내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양 선박용 ESS의 경우 안전성이 필수적이어서 액침냉각 방식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 센터장은 "개발 완료된 제품 1개, 개발 중인 제품 3개 모두 액침냉각이 적용된다"며 "이 시장을 크게 보고 있으며, 우리가 판매할 모든 제품을 액침형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엔무브는 화재에 취약한 데이터센터나 전기차에도 액침냉각을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AI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조하는 SK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서상혁 SK엔무브 e-플루이드 B2B 사업실장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기술이 아주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어서 조만간 상업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플루이드 역시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상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ESS 특장점/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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