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합의금에 대한 과세 문제

머니투데이 김진우 법무법인 화우 회계사 | 2024.09.12 06:00

[the 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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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오고 가는 곳에는 항상 세금 문제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분쟁의 해결 과정에서 받는 합의금은 어떨까. 여기도 세금이 붙을까. 오래전 이 문제를 두고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다퉜던 드라마 같은 사건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두 아이의 엄마인 A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동호회 모임을 통해 사업가 B를 알게 됐다. B는 다수의 사업체와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였으나 나이가 A보다 18살 많고 무엇보다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만난 지 몇 달 만에 연인이 됐고 이후 수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B는 아이가 태어날 경우 발생할 문제를 우려해 낙태를 요구했다. A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였으나 갈등이 지속되자 결국 상당한 액수의 돈을 받고 낙태하기로 합의했다.

A가 합의대로 낙태했으나 B는 자기 의사에 반해 A가 임신을 계획했던 사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B는 결국 A가 임신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으로 자신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했다고 주장하면서 A를 고소했다.

A는 수년간 형사재판에 시달렸으나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마음고생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할 무렵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로 세금 문제다. 과세 관청은 A의 재산이 단기간 내에 급증한 점을 수상히 여겨 세무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에 고액의 세금을 매겼다.

과세 관청은 왜 과세한 것일까. 우리나라 세법은 사례금을 소득세 과세 대상(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다수의 판결과 유권해석은 분쟁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하여 지급하는 합의금을 사례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분쟁을 신속하고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준 것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지급하는 금전이므로 사례금이라는 취지다.


과세 관청이 A에 세금을 매긴 이유 역시 A가 받은 합의금을 사례금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낙태와 내연관계의 청산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해준 것에 대한 사례 성격이므로 사례금이라는 것이다.

A는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는 자신이 받은 합의금은 낙태와 내연관계의 청산 과정에서 입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이므로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과세 관청은 A는 B의 아내에게 가정파탄의 심적 고통을 안겨준 가해자로 오히려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므로 A가 받은 합의금을 위자료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이 사건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조세심판원은 합의금 중 사회 통념상 위자료로 인정되는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낙태와 내연관계 청산을 목적으로 상호합의 하에 정한 금액이므로 합의금 전액을 사례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득세를 매긴 과세 관청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의미다.

합의금은 실무상 사례금으로 과세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득의 구분은 실질에 의하므로 비록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더라도 그 가운데 사례금으로 볼 수 없는 성질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전액을 사례금으로 과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조세심판원이 자의적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결론이 도출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찌 됐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처럼 이 사건 합의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세금은 과세했다.
법무법인 화우 김진우 회계사
[김진우 회계사는 법무법인(유) 화우 소속 공인회계사로서 조세자문과 불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사건 이외에도, 합병, 분할 등 기업지배구조개편, 가업승계, 해외투자 등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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